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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아내나 자식 때려도 뼈만 부러지지 않으면 가정폭력 아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가정폭력 처벌 완화법'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인사이트연합뉴스


[인사이트] 박송이 기자 = "뼈가 부러지지 않는 한 가정폭력이 아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무시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법으로 규정됐다. 그것도 한나라의 수장인 대통령을 통해서.


지난 7일(현지 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가정폭력 처벌 완화법'에 서명했다고 보도했다.


이 법안에 따라 앞으로 러시아에선 배우자나 자녀에게 가정폭력을 행사 시 멍이 들거나 피가 났어도 뼈만 부러지지 않으면 괜찮다. 1년에 1회만 넘지 않았다면 벌금이나 구류 15일 처분으로 끝난다. 종전에는 최고 징역 2년이였지만 처벌이 완화된 셈이다.


이같은 법안은 '동성애 선전 금지'에도 반대했던 극우성향 여성 정치인 옐레나 미줄리나(Yelena Mizulina)에 의해 지난달 의회에 통과됐다. 


인사이트옐레나 미줄리나 / Gettyimages


옐레나는 "러시아의 전통적 가족관계는 권위와 힘에 기반을 두고있다"면서 "가족을 때린다고 '범죄자' 꼬리표를 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법안에 찬성한 또 다른 여성 의원인 올가 바탈리나 (Olga Batalina)는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지만 타인에게 맞는것보다 가족에게 맞는것이 더 큰 형벌이 가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라고 주장했다.


인권 및 여성단체는 강하게 반발했다. 여성권리 운동가인 알레나 포포바(Alena Popova)는 "이 법안은 오히려 가정폭력을 부추길 수 있다. 남편이 낸 벌금이 가계에 부채가 되고 그런 상황에서 남편은 다시 아내를 때리게 된다. 그다음부터는 아내는 100% 입을 다물게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가정폭력은 러시아 내에서 심각한 사회현상 중 하나다. 하지만 이번에 제정된 법안으로 가정 내 '사소한 폭력'은 범죄가 아니라는 인식이 퍼질 우려가 더욱 커졌다.


인사이트Gettyimages


실제로 러시아에서 가정폭력으로 40분마다 1명씩 사망한다. 가정폭력 부상이나 후유증으로 사망하는 여성은 1년에 1만 명에 달하지만 러시아인들 사이에서는 가정폭력에 관대한 정서가 만연하기 때문에 문제의 심각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러시아 인기 신문인 콤소몰스카야 프라우다(Komsomolskaya Pravda)는 '아내를 때리면 얻을 수 있는 장점'이라는 과학 기사를 통해 집에서 '많이 맞는 여성일수록 아들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어처구니없는 연구 기사를 내기도 했다. 


또 의회 밖에서 이 법안에 대해 항의하는 여성 운동가를 지나가는 행인들이 단체로 폭행하기도 했다.


이에 곳곳에서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서명운동이 전개되고 있으며 온라인을 통해 가정폭력에 대한 피해 사실을 털어놓자라는 해시태그 #Iamnotscaredtospeak(이야기하는게 두렵지 않아요)가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