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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과 수장한 내연녀, 한 달 후 시신으로 떠올랐다...여수 백야도의 비극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오직 돈 때문에 살해당한 사람의 운명은 최악의 비극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나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오직 돈 때문에 살해당한 사람의 운명은 최악의 비극이다. 더구나 범인이 잡히지 않았다면 저승에서도 원통해서 어떻게 살았을까. 여기 하마터면 묻힐 뻔한 사건이 있다.


◇ "여기 사람이 빠졌어요"


11년 전 오늘 119로 다급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신고자인 여성 B씨(당시 42세)는 사건 전날(2013년 4월 23일) 고흥 나로도에 여행차 방문했다가, 새벽 집으로 가던 길 사진을 찍으러 갔던 선착장에서 일행이 바다에 추락했다며 신고 전화를 했다.


함께 여행 중이던 목격자 여성 C씨(당시 43세)와 신고자 B씨는 지인 A씨(당시 34세)가 바다에 빠졌다는 신고를 하며 충격을 받은 듯 목소리까지 떨며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하지만 B씨의 신고 전화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실종자 A씨를 찾지 못했고, 현장에서 실종자의 운동화 한 짝만 찾을 수 있었다.


인사이트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


◇단순 실족 결론 수사 중단...한 달 후 발견된 사체


당시 단순 실족이라 생각한 경찰과 소방은 결국 시신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정황 등을 다수 포착해 타살을 의심하기도 했지만 증거는 찾을 수 없었고, 또 실종 여성 수색 한 달 반 만에 경찰과 소방은 수사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여러 가지 정황과 물리적인 상황이 '단순 실족'에 더 무게추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경찰의 수사 중단 다음 날인 6월 7일 오후 3시쯤 여수 백야도에서 시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발견했다며 한 어민의 신고 전화가 들어왔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한 여성의 사체를 확인했다.


익사로 추정되는 여성의 사체는 심하게 부패해 있었다. 하지만 앞니가 부러져 있었고 몸 전체가 철망에 감겨 있는 등 타살 가능성이 있는 흔적이 확인돼 경찰은 본격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팀은 심하게 훼손된 사체에서 손가락 껍질 등 소량의 지문을 힘겹게 채취할 수 있었고, 신원 조회 결과 시신의 신원이 A씨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일당의 범죄가 완전범죄로 끝날 뻔한 순간 '결정적인 물증'을 숨진 A씨가 제공한 순간이었다.


◇사채 등 빚으로 허덕인 A 씨...한 달여 여 전 변경된 4억원대 사망보험금


경찰은 조사 결과 A씨가 평소 빚으로 힘들어했고, 친정아버지가 4000만 원을 갚아 주기도 했으며 전 남편도 6000만 원 정도의 빚을 갚아 줬다는 채무 사실을 알게 됐다.


또 A씨는 결혼 후 씀씀이가 커져, 남편 몰래 사채를 쓰면서 2012년 이혼까지 하게 됐다.


경찰은 당시 먼저 신고 전화를 건 B씨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신고 당시 B씨의 목소리가 너무 차분해 보였던 점, 또 시신을 발견할 수 없었던 점 등에 주목했다.


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부부 사이가 아님에도 A씨의 사망보험금 수령자가 남성 D씨(당시 34세)로 되어있다는 사실을 포착하며 그들의 관계에 특히 더 집중했다.


A씨는 짧은 기간 4개의 사망보험금이 4억 3000만원에 달하는 생명보험에 가입했으며 보험 수령자가 본인이 사망하기 한 달여 전 갑작스레 D씨로 변경됐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보험금을 노린 살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인사이트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


◇내연녀 살해 공모한 사채업자...두 여성에게 "수면제 먹여라" 범행 제안


A씨가 실족했다고 태연하고 침착하게 신고한 B씨와 C씨, 그리고 D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수사를 하기 시작한 경찰은 범행을 주도한 사람이 사채업자 D씨였다는 자백을 받아냈다.


두 여성 B, C씨는 A씨와 교제 중이던 D씨에게 4억 원이 넘는 보험금을 나눠 갖자는 제안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D씨는 한 식당에서 피해자 A씨에게 수면제를 탄 막걸리를 마시게 하고 잠이 들게 만든 뒤, 이튿날 B씨 등과 함께 목 졸라 살해한 뒤 A씨를 시멘트 블록과 철망, 벽돌을 함께 묶어 여수 백야대교 아래 바다로 빠뜨려 유기했다.


경찰은 숨진 A씨의 내연남인 D씨와 지인 B씨, C씨 등 3명을 살인 등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조사 결과 사망한 A씨는 B씨, C씨와 사망 3년 전 네일아트 샵에서 만나 우연히 친해진 관계였다. 또 A씨는 평소 사채를 빌려 써 7000여만 원의 빚이 있었고 이 빚을 갚기 위해 사채를 썼으며 그 사채를 빌려준 사람은 D씨였다. 또 D씨는 A씨와 내연관계였다.


인사이트용감한형사들3 방송 화면 갈무리


◇보험금 노려 내연녀 살해, 징역 20년...공모자들은 감형


1심 재판부는 "사망보험금을 타 낼 목적으로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준비한 다음 평소 가까이 지내던 A 씨를 살해한 뒤 시체를 바다에 유기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D씨는 범행을 제의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으나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특히 반성이나 참회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무거운 처벌을 면할 수 없다"며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또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범행 제의를 받아들여  씨를 유인했다. 범행 전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중형을 면할 수 없지만 범행을 인정하고 있다"며 각각 징역 20년에 처했다.


2심 재판부는 D씨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D씨가 생명을 경제적인 이득으로 생각하고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며 "1심에서 선고한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B씨와 C씨에 대해서는 D씨의 제의로 범행에 가담했고, 유족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5000만원을 공탁한 점을 이유로 각각 징역 12년과 15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은 "직접 증거가 없더라도 간접증거를 종합적으로 보면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살해 방법을 구체적으로 몰랐다거나 명시적으로 공모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도 공동 실행에 관한 암묵적인 의사 연락이 있으면 살해 공모 사실을 인정할만 하다"고 판시했다.


(뉴스1) 김학진 기자 · khj8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