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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집단 사직'에 말기 암 환자에게 '항암'치료 대신 '호스피스' 병동 제안하는 대학병원

환자단체들이 25일 의대 교수 사직 효력으로 인한 의료진 현장 이탈 방지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인사이트 21일 오전 서울시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 뉴스1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인한 의료공백이 두 달 째 이어지는 가운데, 환자단체들이 25일 의대 교수 사직 효력으로 인한 의료진 현장 이탈 방지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22일 입장문을 통해 "지난달 25일부터 전국 40개 의대에서 3000~4000명의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민법상 의대 전임 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한 지 한 달이 지나면 대학 총장의 사직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사직 처리가 되므로 오는 25일부터 교수들마저 환자 곁을 떠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두 달 간의 의료공백 장기화 사태 속에서 어렵게 적응하며 치료받고 있는 중증·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의 투병 의지를 꺾지 않을까 심히 우려되는 상황이다"며 "이런 상황에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지난 19일 총회를 열어 앞으로 전국 20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신규 외래, 입원환자 진료 재조정을 하겠다고 결정했는데, 이는 사실상 신규 환자 진료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이 순간에도 갑작스러운 발병으로 진료와 입원이 필요한 환자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우려를 감출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며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현 사태의 조속한 해결이기에 25일부터 발효되는 사직 효력으로 인해 환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환자 곁을 지켜주시길 당부드린다"고 덧붙였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한국중증질환연합회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중증 질환자는 숨죽이면서 정부와 의료계에 충분한 시간과 타협을 통한 해결책을 찾도록 양보와 인내심으로 기다려왔다"며 "이 순간에도 중증환자들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환자와 가족들은 치료가 가능한 3차, 2차 심지어 요양병원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연홍 의료개혁특별위원장 내정자를 향해 "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타협이든 양보든 이 사태를 하루빨리 끝낼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 더 이상 환자들이 피눈물을 흘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꼼수 집단 사직 등으로 인해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만큼 의료 시스템에 대한 충분한 점검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집단 사직으로 인한 피해자 사례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정부는 그동안 비상체계로 운영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의료계에서조차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의료 현장에 큰 문제가 없다는 듯 말하고 있다"며 "하지만 환자들은 병원에서 느끼고 있는 위급성, 절박성, 공포 등으로 긴장감과 스트레스가 이미 한계를 벗어난 상태"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의료 현장에 남아있는 전공의, 의대 교수, 진료보조(PA)간호사들에게 "의료 현장을 떠나지 마시고 중증질환자의 손을 꼭 잡아 (중증질환자들이) 건강을 회복하고 용기와 희망을 갖게 해달라"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이날 최희승 한국중증질환연합회 간사는 중증질환자들의 피해와 고충 사례를 소개했다. 최 간사는 과거에는 4기 이상 암환자도 대학병원에서는 항암 치료를 제안했는데, 전공의 집단 사직 이후에는 대학병원에서 바로 호스피스 병동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학병원에서는 항암 중 뼈로 전이된 환자에게 호스피스 병동을 알아보고 더 이상 내원하지 말라고 안내했다고 한다. 이후 한국중증질환연합회에서 이 환자에게 2차병원을 안내해줬으나 해당 병원도 환자가 포화여서 더 이상 진료를 받기가 곤란하다고 했다.


또 다른 대학병원에서는 암을 진단받은 환자가 수술 후 방사선 치료를 받기로 했으나 전공의 사직으로 인해 수술이 무기한 취소되었다고 한다. 이 환자는 수도권 2차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진행할 수 있었으나, 밀려오는 환자로 인해 방사선 치료는 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최 간사는 "지금 이 순간에 치료 중에 생기는 부작용이나 암성 통증으로 신음하고 있는 말기암 환자에게 간단한 시술로 통증을 줄여 줄 수 있는 의료현장은 언제 돌아올 수 있는 건지 너무 멀기만 하다"고 말했다.


이은영 경희의료원지부장도 "현장에서는 바쁠 때 인력도 추가로 주지 않고 뺑뺑이를 돌리더니, 이제는 경영이 어렵다며 무급 휴직과 무급 휴가, 병동 폐쇄와 통합, 임금 체불과 고용불안으로 내몰고 있다"며 "정부와 의사가 환자의 안전을 생각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뉴스1) 김규빈 기자 · rn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