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없어 교보문고서 책 훔쳤던 고등학생...15년 지나 '100만원+손편지' 남겼다

교보문고 제공

지난해 11월, 서울 서초구 교보문고 강남점에 방문한 한 손님은 돈이 든 편지봉투를 별다른 말없이 두고 떠났다.

서점 직원들은 해당 봉투를 단순 분실물로 보관해왔으나, 보관 기간이 길어지면서 최근 다시 봉투를 열어봤다.

그런데 봉투 속에는 현금 100만 원과 함께 당시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편지 한 장이 들어있었다.

사진=인사이트

지난 19일 서울신문은 15년 전 책과 학용품을 훔쳤던 고객이 교보문고에 100만 원과 손편지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편지를 작성한 A씨는 15년 전 고등학생 신분으로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자주 오가며 책과 학용품에 수차례 손을 댔다고 털어놨다. A씨는 직원에게 도둑질이 발각되고 아버지가 책값을 물어주면서 마무리 됐던 과거를 언급하며 말문을 열었다.

현재 30대로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됐다는 A씨는 "아이를 낳고 살다가 문득 뒤돌아보니 내게 갚지 못한 빚이 있다는 걸 알았다"며 "가족에게 삶을 숨김없이 이야기하고 싶은데(가족들이) 잘못은 이해해 줄지언정 그 과오를 바로잡기 위해 내가 뭘 했는지 말하고자 하면 한없이 부끄러울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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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너무 늦은 감이 있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책값을 받아주시면 감사하겠다"며 "교보문고에 신세를 졌던 만큼 돕고 베풀며 용서하는 삶을 살겠다"고 다짐하며 편지를 마쳤다.

그는 편지와 함께 자신의 과오를 조금이나마 갚겠다는 뜻의 100만원도 남겼다. 

교보문고 측은 이 돈을 회사에 귀속시키지 않고, 사회에 도움을 주기로 했다. 

안병현, 김상훈 공동 대표이사는 A씨가 남긴 100만 원에 200만 원을 더해 총 300만 원을 아동 자선단체 세이브더칠드런에 기부하겠다 밝혔다.

이를 본 시민들은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책 속에 길이 있다더니 훌륭하십니다", "잘못은 기억하기 쉽지 않은데 정말 감동적이다", "따뜻하다. 아직 세상은 밝다"며 용기있는 A씨의 행동을 칭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