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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입이 시급합니다"...'응급실 뺑뺑이' 없다는 일본의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

올해 병원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숨지는 사고가 여럿 발생한 가운데 일본의 응급환자 이송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올해 3월 대구에서 10대 여성이 건물 4층에서 추락한 10대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 응급실을 찾아 헤매다 골든타임을 놓쳐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은 119 구급대는 4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22분 만에 최단 거리에 있는 병원으로 환자를 이송했다. 그리고 약 2시간 뒤 환자는 대구시 반대편인 달서구의 한 병원에서 심정지로 사망했다. 


구급차는 병원 응급실 4곳을 전전했다. 다른 4곳에도 전화로 수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으나 어렵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사건은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고로 불리며 국내 응급 이송 시스템의 문제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 2008년 일본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다. 


임산부가 의식을 잃어 구급차에 실렸지만 8개 대학병원에서 수용이 어렵다는 통보를 했다. 어렵게 한 사립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지주막하 출혈로 사망했다. 


일본에서 이 사건 또한 '타라이마와시(盥回し, 대야 돌리기·떠넘기기)'로 불리며 일본 응급의학계에 경종을 울렸다. 


일본 응급의학계는 이 사고를 계기로 학계의 의견을 모으고 성명문을 발표하는 등 정부에 정책 변화를 제안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일본은 이후 지역별로 응급의료 계획을 마련해 1차(초기), 2차, 3차 응급의료기관의 위치와 수를 지자체별로 정해 병원 단계 진료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먼저 1차 구급의료기관이란 외래 중심의 경증 환자 진료를 맞는 의원급 기관으로, 지역 내 당번 의사제를 통해 야간 진료의 개념으로 시행하고 있다. 


2차 구급의료기관은 입원 치료가 필요한 응급환자를 진료하는 일반적 응급센터로 볼 수 있다. 


3차 구급의료기관은 앞서 말한 중증 응급환자에게 고도의 응급의료를 제공하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권역응급 및 중증외상센터로 볼 수 있다. 


인사이트오리온 시스템 / 오사카시


핵심은 이들 응급의료체계로 나눠진 각 단계별 응급기관이 그 역활에 있어 혼선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역과 구급대, 그리고 지역의료기관 간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각자의 응급의료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응급의료 전달체계 흐름을 조정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사카의 경우 '오리온'으로 불리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오리온은 응급환자 발생 시 소방의 앰뷸런스 출동 기록부터 구급대가 도착해 확인한 환자의 상태에 대한 정보, 각 의료기관의 운영 현황 및 해당 환자에 대한 진단 등 각 기관이 보유한 모든 정보를 통합하여 실시간으로 관리·활용하는 시스템이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오리온 앱에 구급대원이  환자의 성별, 나이 주요 증상 등을 입력하면 환자의 증상과 정보,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이송할 수 있는 병원 목록이 거리순으로 뜬다. 


구급대원은 이 정보를 바탕으로 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자 수용 여부를 확인한다. 만약 병원 4곳에서 거절하거나 0분 동안 병원을 찾지 못하면 '마못테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마못테(まもって)는 '지켜줘'라는 뜻이다. 


구급대원이 마못테 네트워크에 환자의 증상을 입력하면 병원 응급실에 알람이 크게 울리며 환자의 정보가 뜬다. 병원 측에서 환자의 정보를 보고 '수용 가능' 또는 '불가능' 버튼 중 하나를 눌러야지 알람이 멈춘다. 


인사이트도쿄 롤 모식도 / Tokyo MX


도쿄에서는 '도쿄 룰'을 만들어 운영 중이다. 도쿄 룰은 지역 응급의료기관들과 도쿄소방청의 협력·연계에 기반한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치료'를 목표로 한다.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가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한 경우 일차적으로 지역구급의료센터에서 환자를 수용한 병원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도쿄소방청의 응급환자 코디네이터가 도쿄도 전역에서 찾아줄 병원을 찾는다. 


중요한 건 도민의 이해와 참가를 명시했다는 점이다. 의료 자원이 한정된 사회자원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도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적절한 이용을 당부하고 있다. 


도쿄 룰 도입 4년 후 응급환자 수용 곤란 사례는 3분의 1로 줄었다. 이외의 지역들도 이와 같은 혹은 다른 방식으로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