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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날 기적적인 심장이식으로 다시 살아난 '기상캐스터' 오수진

5월의 신부였던 오수진 기상캐스터는 결혼식 날 기적적인 심장이식으로 다시 살아났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유민주 이동해 기자 = '결혼식에 못 갈 수도 있겠다, 내가 나갈 수 있는 상태가 아니구나'


5월의 신부였던 오수진 기상캐스터는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서야 현실을 직시했다. 병상 주변으로 몸에 연결되는 장치가 하나 둘씩 늘어갔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정신력 만큼은 자신 있었다. 입원할 때부터 '정신만 똑바로 붙들면 퇴원할 수 있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몸은 더 이상 말을 듣지 않고 있었다.


오 기상캐스터는 1년 전 확장성 심근병증 진단을 받고 꾸준히 약물치료를 받았다. 그때만 해도 '심장이 감기에 걸렸구나'라고 생각했다. 아주 심각한 병세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치료를 받다보면 당연히 좋아질 것이라고 여겼다.


인사이트뉴스1


그러다 결혼 준비가 한창이던 2018년 4월30일. 결혼식 2~3주 전 바쁜 일정을 모두 소화하던 중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처음엔 잔기침과 콧물이 나오고 열이 있어 그저 감기인 줄 알았는데 병원에서 링겔을 맞아도 열이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중환자실에 들어간 오 기상캐스터는 연일 나빠지는 몸 상태를 느끼며 삶의 의지를 잃어갔다. '나는 희망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잠긴 날부터 건강은 급격히 악화했고, 어린이날이었던 5월5일 아버지에게 "이제 그만 하고 싶다, 고통스러워서 죽는 게 낫겠다"는 말을 남기고 정신을 잃었다.


◇마음 속 부채감


다시 눈을 떴을 때 가장 먼저 보인 건 아버지의 환한 미소였다. 아버지는 "수술 잘됐대. 너 심장이식 수술 받았어"라고 말하며 연신 기뻐했다.


인사이트Instagram 'othooooo_weather'


깊은 잠에서 깨어난 상태라 당시만 해도 어안이 벙벙했다. 나중에 들은 설명으로는 정신을 잃은 지 나흘 만인 5월9일 심장 이식 수술을 받았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결혼식이 예정됐던 날이었다.


지난해 대한민국의 장기 기증률은 100만명당 7.8명이다. 2003년 1.4명에 불과했던 것을 고려하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장기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도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까지 장기이식 대기자는 4만9765만명에 달하지만 뇌사기증자는 405명에 불과했다. 오 기상캐스터에게 일어난 일은 기적 그 자체였다.


오 기상캐스터는 약 두 달 간의 재활치료를 마치고 퇴원 날짜가 잡히고 나서야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실감했다. 하나 밖에 없는 딸을 지킨 부모님은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오 기상캐스터 본인은 기쁨보다 부채감이 컸다. 부채감은 심장이식 수혜자라는 사실을 인지한 순간부터 그가 계속 느꼈던 감정이다.


'누군가는 굉장히 슬퍼하고 있겠구나. 이 세상에 더 이상 없는 누군가는 한 가정의 아들 딸일 수도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인사이트Instagram 'othooooo_weather'


◇아버지도 장기조직기증 희망 등록 결정


두 번째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면역력을 일정 수준 이하로 낮춰야 살 수 있는 삶이었다. 수술이 잘됐어도 이식 받은 장기를 원래 있던 면역 세포들이 공격하기 때문에 평생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감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으므로 병원에서는 최소 1년은 쉬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오 기상캐스터는 현실적으로 어떻게든 마음속의 부채감을 덜 수 있는 방법을 택했다. 병원 밖으로 나와 심장을 이식 받았다는 사실을 적극 알리고 봉사하는 일이다.


"기증받은 일을 마냥 기뻐할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부채감을 평생 안고 죄인처럼 살아가는 것도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 빚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이식 이력을 공개하고 내가 받은만큼 활동을 하면서 알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인사이트Instagram 'othooooo_weather'


심장을 선물 받고 그녀는 생명 나눔 전도사로 활동하고 있다. 봉사활동도, 기부도, 무료 강연도, 열심히 하고 있다.

반면 가족 입장에서는 아직도 방송 일을 하는 오 기상캐스터가 물가에 내놓은 아이 같다. 2018년 7월 퇴원 후 8월에 바로 직장에 복귀한 씩씩한 딸이지만 엔데믹을 겪으면서 잔소리도 늘어갔다. 부모님은 딸이 있던 병원 근처로는 가기 싫을 만큼 그가 아팠던 기억을 떠올리기 괴로워한다.


하지만 열심히 살아가는 딸의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는 결국 장기조직기증 희망 등록을 결심했다. 정서 저변에 깔린 유교 문화의 영향으로 윗 세대의 경우 장기기증에 대해 부정적이다. 당연히 기증률도 낮다.


오 기상캐스터는 무엇보다 장기기증을 향한 인식개선과 향후 예우가 큰 과제라고 강조했다.


"유가족에 대한 예우가 좋아져야 등록한 사람들도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도, 가족들도 더 마음이 놓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슬픔을 해소해줄 방법은 전혀 없겠지만 그분들이 위로받고 공감받고 많은 걸 받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인사이트Instagram 'othooooo_weath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