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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골 80% 제거해 군대 면제"...기상천외한 병역비리 수법들

허위 뇌전증 병역 비리를 둘러싼 수사가 의료기관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병역 면탈 수법도 주목받고 있다.

인사이트프로배구 선수 조재성은 최근 브로커를 통해 병역 면탈을 시도한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 뉴스1 


[뉴스1] 구진욱 기자 = "연골을 최대 80%까지 제거해 군대를 빼더라"


프로축구선수 A씨(31)는 최근 검찰이 집중적으로 수사 중인 '병역면탈'과 관련해 '연골 제거 수술'을 감행해 군대를 면제받는 운동선수를 봤다고 말했다. A씨는 "체내 연골을 50%가 있어야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며 "여기에서 20~30%를 더 제거해서 병역을 면탈하는 선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위 뇌전증 병역 비리를 둘러싼 수사가 의료기관 등 전방위로 확대되는 가운데 병역 면탈 수법도 주목받고 있다. 그 수법 역시 다양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질환으로 위장하는 경우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운동선수들 가운데는 자신의 몸을 혹사하면서까지 커리어 유지를 위해 수술을 감행하는 선수들도 존재했다.


◇연골 제거 수술·고의 손목 손상 기상천외한 '병역 면탈'


24일 병무청이 송갑석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병역면탈 적발 현황에 따르면 현역 입대를 하지 않은 인원은 총 321명(지난해 11월말 기준)에 달했다. 2018년 69명을 시작으로 2019년 75명, 2020년 69명, 2021년 60명, 2022년 48명으로 집계됐다. 과거에 비해 인원이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병역 면탈 시도가 꾸준하게 있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병역 면탈을 위해 기상천외한 방법들을 동원했다. 같은 지역·출신팀 소속 축구선수들은 아령 등을 들고 손목을 돌리거나 과도하게 꺾어 고의로 손목연골을 손상시켰다. 이후 수술을 받았고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해 4급 판정을 이끌어냈다.


A씨는 "조금이라도 더 선수생활 이어가기 위해 불가피한 방법을 찾는다"며 "한창 경기를 통해서 경험을 쌓고 성장해야 하는 시기인데 병역 문제는 운동선수에게 걸림돌이 되는 건 사실이다"고 고백했다.


인사이트허위 뇌전증 진단을 알선하고 1억 원이 넘는 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병역 브로커 김 모씨가 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김 씨는 병역 면탈 의뢰자들을 상대로 가짜 뇌전증 진단을 받도록 알선하고, 협박성 제안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김 씨는 1억 원이 넘는 금액을 수수해 병역법을 위반한 것으로 전해졌다. / 뉴스1


올해 은퇴한 프로야구선수 B씨(29)는 "한창 경기를 뛰어야할 23살,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밖에 없었다"며 "운동선수는 사람들에게 알려져있으면 그로인해 더 엄격한 기준을 두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B씨는"국민이라면 모두가 가는 2년의 군 생활이지만 상무 야구단에 입대할 수 있는 수 역시 제한돼 있다"며 "그게 아니라면 경력이 대부분 중단된다, 나 역시 2년동안 야구공조차 잡아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한창 성장할 시기에 경험을 쌓지 못한 것이 조기 은퇴의 가장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檢,법조·연예·스포츠 포함 100명…일반인 의뢰까지 '수사확대'


최근 발생한 뇌전증 병역 비리 의혹 혐의자는 100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스포츠 선수는 물론 연예인과 법조계 고위 공직자 자녀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당국은 브로커 구모씨에게 의뢰한 일반인들까지 수사를 확대했고 앞으로 수사 진행상황에 따라 혐의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지난 18일 '뇌전증 진단' 수법으로 병역 면탈을 시도한 의뢰인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 권기만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자신들의 혐의를 자백했다'며 병역법 위반 혐의를 받는 이들에 대해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브로커 구씨에 대한 첫 재판은 오는 27일 열릴 예정이다. 구씨의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병역면탈자는 7명이다. 구씨는 이들에게 뇌전증 진단을 통한 병역 면제·감면 방법을 상담해 주고 대가로 15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추가 수사 대상에 오른 병역면탈자들이 늘어난 데다 구씨에게 지급했다는 돈의 액수도 천차만별이라 향후 추가 기소에 따른 혐의액은 커질 전망이다. 검찰은 이미 구씨는 물론 또 다른 병역브로커 김모씨가 병역면탈 방법을 알려주는 대가로 많게는 수천만원씩 받았다는 진술 등을 확보했다.


이들 대부분은 소위 '간질'이라 불리는 뇌전증 질환을 위장해 병역면탈한 혐의를 받는다. 현재 병역판정검사에서는 임상적으로 뇌전증을 진단받고 치료를 받는 사람이 뇌파검사, 방사선 검사, 핵의학 검사에서 이상이 확인되면 5급(전시근로역)으로 분류된다.


이상이 확인되지 않았더라도 치료 기간이 1년 이상이면 4급(보충역), 2년 이상이면 5급(전시근로역)으로 분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