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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에서 숨진 딸 휴대전화 해지 못해...보고 싶을 때마다 전화 거는 아버지

참사가 발생한 지 80여 일이 흘렀지만, 일가족은 여전히 슬픔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인사이트지난해 10월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발생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광주 사망자로 분류된 오모씨의 어머니가 고인에게 보낸 메시지 / 뉴스1


[뉴스1] 정다움 기자 = "따뜻한 떡국 한 그릇 끓여 차례상에 올리려고요. 하늘에 있는 우리 딸 배고플까 봐요."


광주 지역 이태원참사 희생자의 아버지 오모씨(54)는 설날인 22일 <뉴스1> 취재진과 통화하며 연신 흐느꼈다.


풀이 죽은 목소리로 딸의 이름 석 자를 부르짖는가 하면 참사 당일 딸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를 읊조리며 울분을 토해냈다.


일가족은 참사가 발생한 지 80여 일이 흘렀지만, 고인을 지우지 못한 채 슬픔 속에 살아간다고 했다.


이번 명절은 예년과 달리 친인척과의 만남 대신 광주를 떠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고인이 머무른 서울 자취방의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참사 소식을 친인척에게 미처 알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씨는 "해맑던 딸의 모습이 날마다 떠오른다"며 "명절에 딸의 차례상을 차리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울먹였다.


인사이트설 명절을 맞은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광장에 마련뢴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합동 차례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 뉴스1


이어 "딸이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운다"며 "그러다 보면 어느샌가 그친다. 참사 유족들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고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그러면서 "명절이면 애 엄마가 타지 생활을 하는 딸을 위해 밑반찬을 만들었다"며 "올해부터는 그럴 일이 없다"고 말했다.


오씨네를 비롯해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고인들의 흔적을 약 삼아 아픔을 달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인의 아버지는 "유가족 모두 딸이 사용했던 휴대전화를 해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받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딸이 보고 싶으면 전화를 건다"고 말했다.


또 "명절이 되니 친구들이 카카오톡을 통해 안부 인사를 보냈다"며 "딸을 잊지 않고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쓰라린 마음을 달래기 위해 딸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했다.


"꽃다운 청춘 못피고 떠난 우리 딸아. 너의 꿈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지 못해 미안하구나"라며 "어디 아픈 곳은 없는지 궁금하다. 아빠는 우리 딸이 하늘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안하다"


앞서 지난해 10월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턴호텔 인근에서 밀집한 인파가 넘어지며 대규모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159명이 사망하고 294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가운데 광주·전남에 연고를 둔 희생자는 10명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