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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주셔서 감사해요" 14살 아들의 마지막 배웅하러 나선 엄마, 결국은...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지난 6일 태풍 '힌남노'가 덮친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로 숨진 희생자들의 입관식이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이 참으로 푸르렀던 오늘(8일), 포항은 눈물바다가 됐다. 


이날 포항시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는 지난 6일 태풍 '힌남노'가 덮친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 주차장 침수로 숨진 희생자들의 입관식이 있었다. 


올해 14살이 된 김 모 군은 이날 입관식이 치러진 희생자 중 가장 어린 나이었다. 그는 6일 새벽 지하주차장에서 차를 꺼내는 엄마를 따라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물이 차오르는 순간 차 안에 갇힌 엄마를 구출한 건 김군이었다. 생사가 오가는 때 김군의 어머니는 '너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먼저 대피시켰다. 


주차장에서 헤어지면서 김군은 어머니에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모자의 마지막 대화였다. 


출구 쪽으로 향했던 아들은 결국 주검으로 돌아왔다. 배관 위에서 아들이 무사하기만을 바라며 14시간을 버틴 엄마는 극적으로 구조됐다.


김군의 아버지는 "집사람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라며 "아내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구의 친구들은 "친구랑 약속이 있어도 엄마가 가자고 하면 약속을 깨고 갔을 정도로 어머니를 잘 따랐던 친구"라고 회상했다.


이날 엄마는 아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포항의료원으로 향했다. 그러나 입관실에 들어간 지 10분 만에 들것에 실려 나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형의 차를 빼러 갔다가 변을 당한 해병대 출신 22살 청년 서 모 씨의 입관식도 이날 치러졌다. 서씨의 아빠는 "아빠가 미안해, 혼자 둬서 미안해"라며 눈물을 흘렸다. 


함께 차를 꺼내기 위해 지하주차장에 갔다가 변을 당한 노부부의 입관식 때는 손자가 할머니의 다리를 주무르며 "먼 길 조심히 가세요"라고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베트남 참전 용사였던 안 모 씨의 마지막은 대한민국 무공수훈자회 경북도지부 회원 10명이 배웅했다.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이 통곡과 흐느낌으로 가득 찼을 때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320여 명은 임시대피소에서 한숨을 내쉬었다.


남구 대소면 대송다목적복지관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는 제내리 마을 주민 100여 명이 사흘째 머무는 중이다. 


급하게 나오느라 양말 한 짝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외투를 말아 베개를 대신했고, 종이박스와 돗자리로 요를 대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