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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 사과' 몰라도 문해력 낮은 거 아냐"...진짜 문제는 '이것'이었다

심심한 사과 논란에 대해 전문가는 문해력이 낮아서 그런 것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심심(甚深)한 사과'가 촉발한 문해력 논란...정말 심각할까?


[인사이트] 최재원 기자 = 최근 '심심(甚深)한 사과', '무료(無聊)하다', '무운(武運)을 빈다' 등의 표현이 본 뜻과 달리 해석되며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의 한 카페가 웹툰 작가 사인회 예약 과정에서 시스템 오류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예약 과정 중 불편을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 말씀드린다"는 공지를 트위터에 올리며 문해력 논란이 시작됐다.


일부 트위터리안들은 공지에 대해 "심심한 사과라니 난 하나도 안 심심하다", "제대로 된 사과도 아니고 무슨 심심한 사과?", "앞으로 공지글은 생각이 있는 사람이 올리는 게 어떨까" 등 '심심하다'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반응을 보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면서 과거 한국의 '실질 문맹률이 75%로 심각하다'는 내용이 다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한국의 실질 문맹률이 높아 젊은 세대의 이해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실정이 다르다고 반박한다.


젋은 세대가 몇몇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문맹률' 문제가 아닌 '이것' 때문이라는 게 학자들의 의견이다. 


20년도 더 된 실질 문맹률 75%보도...실제는 8.7%에 그쳐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달 30일 신지영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실질 문맹률을 지적하는 이들이 사용한 근거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의 자료들을 통해 "현재의 실질 문맹률은 현저히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인용되는 실질 문맹률 75%의 근거가 되는 자료는 2004년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발표한 '교육인적자원지표'다.


이는 문해력 단계를 1~5단계로 나눠 1단계는 문해력에 취약한 수준, 2단계는 단순 작업에는 대응할 수 있지만 새로운 직업 등을 학습하는데 문해능력이 부족한 수준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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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진행한 조사에서는 1단계가 38.0%, 2단계가 37.8%로 집계돼 이 둘을 합하면 약 75%가 된다.


하지만 최근의 문해능력 조사에서는 수치상으로 큰 변화가 있었는데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발표한 '2020년 성인문해능력조사'를 살펴보면 1단계 비율은 4.5%, 2단계 비율은 4.2%로 각각 나타났으며 4단계(일상생활에 필요한 충분한 문해력을 갖춘 수준) 이상이 79.8%에 이른다.


신 교수는 "1~2단계를 실질 문맹률이란 기준으로 하더라도 2020년 조사에선 8.7%밖에 되지 않는 것"이라 언급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심심한 사과' 논란은 '문해력 문제'가 아닌 '언어교체 현상'


3일 뉴시스에 따르면 천정환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심심한 사과' 논란에 대해 "어휘력이나 문해력 차원이 아니다"며 "언어교체 현상"이라 지적했다.


천 교수는 "'심심(甚深)'이라는 한자로 이뤄진 단어들이 잘 쓰이지 않는 상황에서 리터러시(Literacy) 체계가 무너진 것"이라며 "세대교체 등의 상황에서 이러한 충돌들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는 최근 사용되는 영어식 표현인 '포스트코로나(Post Corona)', '헤지펀드(Hedge Fund)' 등을 예로 들며 "영어로 된 단어들이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며 자연스럽게 '심심' 같은 표현은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러면서 "50년대에 교육을 받았던 소설가의 작품에서도 지금은 어색한 표현이 발견된다"며 "언어 교체가 빠르게 이뤄지는 가운데 "심심한 사과'는 사소한 논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언어 교체 속 혼란을 해결하기 위해 한자어 교육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천 교수는 "한자에 대한 교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 보수적인 접근"이라며 "'이보다 어려운 한자어로 된 개념어 학습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