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감기처럼 지나간다더니"...코로나 완치 후 '탈모·기억력 저하' 후유증 앓는 사람들
"감기처럼 지나간다더니"...코로나 완치 후 '탈모·기억력 저하' 후유증 앓는 사람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특별취재팀 = "다른 사람들은 다 '안 아프다, '감기 같다'고 하니까 무척 서러웠어요."


박모씨(28·여)는 지난해 9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해제를 한 후에도 5개월 이상 다종다양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손으로 머리를 훑으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나올 정도로 많이 빠졌고, 기억력이 눈에 띄게 감소해 단어를 한 번에 떠올리지 못하면서 대화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도 숱했다. 낯선 피부 발진으로 인해 심한 가려움증을 겪기도 했다. 피로함과 우울감은 이미 일상이 됐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박씨와 같이 '롱 코비드'(코로나19 장기 후유증)를 호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후유증의 종류도 기력 저하부터 기침, 기억력·집중력 저하, 호흡곤란, 탈모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확산세가 미국과 유럽 등 해외와 비교했을 때 늦게 나타난 만큼, 후유증에 대한 인식과 조사도 아직 걸음마 단계다. 때문에 환자들은 코로나19 후유증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우선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호흡곤란에 일상조차 힘들어…"재취업 의욕 떨어지고 두려워요"


박씨는 가장 오랫동안 지속되는 후유증으로 호흡곤란을 꼽았다. 박씨는 "다른 것보다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는 게 너무 괴로웠다"며 "계단을 오르거나, 20분 이상 걷는다거나, 지면이 높은 곳을 걷는다거나 할 때 확진 이전에 느낄 수 없던 숨 가쁨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좀 나아지긴 했지만 만성화되다시피 한 호흡곤란 증상은 확진 이후 직장을 잃은 박씨의 사회 복귀를 어렵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잘 할 수 있을까?" 몸 상태가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때마다, 박씨는 여러 번 이렇게 자신에게 되물어야만 했다.


박씨는 "이렇게 계단만 오르내려도 숨이 찬데 서비스직을 할 수 있겠냐는 생각, 재감염에 대한 불안 등으로 인해 외출이 꺼려지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도 불안해진다"며 "재취업의 의욕이 자꾸만 떨어지고 두려워진다"고 토로했다.


박씨를 후유증만큼이나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그의 경험이 보편적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뒤흔들었지만 아직 병원에 가 본 적도 없다. '유난스럽다'는 핀잔을 들을지도 모른다는 데 대한 걱정 때문이다.


박씨는 "지인들의 경험담을 듣거나 인터넷만 들여다봐도 (병원에서) '코로나 때문이 아니니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다'고들 하니, 굳이 그런 취급을 받으며 병원에 가야 하냐고 생각했다"고 돌아봤다.


때문에 당사자로서 가장 시급한 사회적 과제는 후유증 환자들에 대한 가시화라는 것이 박씨의 생각이다. 후유증 환자들과 관련 클리닉의 존재에 대해 뒤늦게 알게 된 박씨는 "나만 유난 떠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과 시선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그런 게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고 안도하기도 했다.


박씨는 "확진 이후 무언가 증상이 새롭게 나타난 경우를 받아들여 줬으면 좋겠다"며 "후유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증상을 자세히 들여다봐 주고 센터 운영이 활발히 진행되면 좋겠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러스가 퍼진 만큼 작은 사안이 아니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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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감 시작으로 덮친 후유증…"끝없이 졸음 시달려 업무 어려워"


지난 3월 확진 판정을 받은 안효주씨(29·여) 역시 후유증으로 인해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격리해제 일주일 뒤부터 입안이 쓰고 물맛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데 더해 혀끝이 아려 오던 것을 시작으로, 묵직한 피로감을 동반한 후유증이 차례로 몰려 왔다.


특히 피로감이 정상적인 업무 수행과 일상 생활에까지 지장을 주고 있다는 점이 걱정거리다. 실수로 졸음운전을 했던 날도 있다. 안씨는 "식사 시간마다 잠을 자지 않으면 오후 업무가 너무 힘이 들 정도로 피곤하다"며 "너무 피로하면 휴식 시간마다 자러 나가야만 할 정도로 꾸준히 졸음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달라진 삶의 모습에 힘겨워하는 와중에도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직장 동료들을 비롯한 주변인들로부터 따뜻한 배려와 염려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안씨는 "저 같은 경우 누가 봐도 피로감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게 보이고, 평소 알레르기나 비염도 없었는데 눈에 띄게 피부에 발진이 생기니 오히려 저보다 주변에서 더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이제는 저 말고도 확진 경험이 있는 지인이나 가족들이 많아서 공감대 형성도 되고 걱정도 많이 받고 있다"며 "(후유증에 대한) 이슈화가 좀 더 많이 돼서 '이런 증상이 있다'고 사람들이 많이 인지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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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유증 '기력 저하·피로감' 가장 흔해…"공론화·안내 필요"


<뉴스1>이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사흘간 코로나19 확진 이후 후유증을 느끼고 있는 시민 9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절반 이상(51.6%)인 48명이 1개월 이하의 후유증을 겪고 있지만, 1개월 이상에서 길게는 6개월 이상 후유증을 겪는 응답자도 적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1개월 이하' 48명(51.6%) △'1개월 이상~2개월 미만' 21명(22.5%) △'6개월 이상' 11명(13.5%) △'2개월 이상~3개월 미만' 9명(9.7%) △'3개월 이상~6개월 미만 4명(4.3%) 등 순이었다.


겪고 있는 후유증(복수응답)으로는 '기력 저하·피로감'이 60명(64.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침' 51명(54.8%) △'가래' 38명(40.9%) △'기억력·집중력 저하' 33명(35.5%) △'두통' 32명(34.4%) △'어지러움' 25명(26.9%) △'시력 저하' 23명(24.7%) △'후각·미각 저하' 22명(23.7%) △'소화불량·가스 참', '호흡곤란' 각 21명(22.6%) △'가슴 통증', '두근거림' 각 20명(21.5%) 등 순이었다.


이외에 △'수면장애' 19명(20.4%) △'이상감각·저림', '우울감·불안' 각 18명(19.4%) △'피부 발진' 14명(15%) △'체중 감소' 12명(12.9%) △'복통·위통' 12명(12.9%) △'설사' 11명(11.8%) △'탈모' 9명(9.7%) △'구역' 8명(8.6%) △'생리불순·비정상 질출혈' 7명(7.5%) △'속쓰림' 6명(6.5%) △'미열' 4명(4.3%) △'성기능 저하' 3명(3.2%) 등의 응답도 있었다.


'후유증 환자를 위해 정부나 사회에서 어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후유증 사례에 대한 조사와 충분한 공론화 △후유증 환자에 대한 의식·인식 개선 △상담, 치료 안내 △증상, 관리 방법 등의 홍보 △후유증 매뉴얼화 △충분한 휴식 기간 △치료비 지원 △장애등급 부여 △전용 진료소 마련 △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나왔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오미크론 대유행으로부터) 2개월밖에 되지 않은 만큼 (후유증이) 앞으로 큰 이슈가 될 것"이라며 "2월 초가 돼서 많은 환자들이 생겼으니 앞으로 후유증(환자)이 많이 생길 텐데 제일 중요한 부분은 어떤 분이 위험한가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