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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

박천순 시집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는 눈으로 들어온 풍경이 몸의 적막을 깨우고 마음을 흔들어 내가 완성되는 과정이 표현되어 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예서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박천순 시집 '나무에 손바닥을 대본다'는 눈으로 들어온 풍경이 몸의 적막을 깨우고 마음을 흔들어 내가 완성되는 과정이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이 풍경에는 아름다운 자연뿐 아니라 치열한 삶의 모습도 포함되어 있다.


이 시집은 '하루는 가늘다'라는 시로 문을 연다. 그리고 총 5부로 나누어져 있다. 여는 시 '하루는 가늘다'는 부질없이 바쁜 나날 속에서 위태하게 건너가는 허리는 아프고 가늘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손을 펴서 무언가 잡으려고 하지만, 읽을 수 없는 우주는 대답 없이 저물어간다. 그럼에도 하루는 포기하지 않는다. 피 흘리면서도 안식을 줄 바닥에 뿌리내리기 위해 몰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1부는 주로 '가족의 사랑' 시를 중심으로 엮었다. '바다가 사랑이다'에 나오는 어머니의 사랑은 우주의 지속성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다. '바지락칼국수', '감자 옆에 감자 옆에 감자'에서 보듯이 가족은 한 식탁에 둘러앉아 코 훌쩍거리며 밥을 먹고, 갈고리 같은 손이 닮아서 감출 수 없는 사랑의 대상이다.


2부는 '연인과의 사랑'의 시를 중심으로 엮었다. '나무 그림자'에서 보듯이 연인은 어쩌면 동시에 태어난 존재인지 모르지만 영원히 같은 빛깔을 유지하는 연인은 없다. '사랑의 눈동자'에서처럼 사랑하는 연인을 너무나 당연하게 마구 사용한 결과 사랑은 낡아간다. 그러나 이미 눈을 빼앗긴 사랑은 서로에게 다시 돌아가 콩나물국을 끓이는 일상을 이어간다.


3부는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를 중심으로 엮었다. '마음에 바람이 분다'에서 보듯 우리 마음엔 늘 바람이 일지만, 켜켜이 숨죽이고 살아간다. '카르디아'를 읽고 쉴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어디로 갈지 몰라 더듬더듬 눈물 떨구는 마음의 하얀 어깨를 꼭 안아주길 바란다.


4부는 '길' 위의 시를 중심으로 엮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우리는 길 위에 있다. 그러나 '길을 걷다'에서 보듯 길의 속내는 좀처럼 읽을 수 없다. 호흡이 촘촘하도록 그저 걷고 또 걸을 뿐이다. '5월에 태어난' 나는 숨이 멎을 때까지 걷고 발자국이 시가 되는 축복을 바라며 고통을 숨기고 명랑한 발걸음으로 노래하며 걷는다.


5부는 '계절-봄'을 중심으로 엮었다. 봄은 생명과 소망의 계절이다. 절망과 어둠 속에서도 형용사들이 꼬물꼬물 일어나 우주의 빛을 끌어모은다. 여름으로 내닫는 숲은 웅장한 오케스트라다. 밤이 일찍 오는 가을을 지나 한 해의 문을 닫는 손은 갓 지은 행복을 고이 싸서 내일로 넘긴다. 다시 출발하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