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한평생 사랑한 여자가 세상 떠난 후에 쓴 편지로 후손들까지 울린 조선의 임금
한평생 사랑한 여자가 세상 떠난 후에 쓴 편지로 후손들까지 울린 조선의 임금

인사이트MBC '옷소매 붉은 끝동'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오늘날로 치면 집사를 했던 아버지 밑에서 자란 어린 딸은 넉넉지 못한 형편에 궁궐로 들어가게 됐다. 


궁에서 소녀는 소매 끝자락이 붉게 물든 옷을 입었다. 이 옷은 궁궐에서 한 평생을 보내야 하는 궁녀가 됐음을 의미한다.


열 살 남짓 된 소녀는 궁궐에서 지내면서 자신보다 한 살 많은 한 소년을 만났다. 


수학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던 소년은 소녀에게 수학을 가르쳐줬다. 때로는 함께 소꿉장난을 치며 둘도 없는 친구가 되었다. 


인사이트MBC '옷소매 붉은 끝동'


그렇게 소년은 자신도 모르게 소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키워갔다. 


몇 해가 지났을까. 15살이 된 소년은 소녀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곁에서 평생을 함께 해달라고. 하지만 소녀는 눈물을 보이며 소년의 마음을 거절했다. 


"세손빈께서 계시고, 세손빈께서 아직 아이를 낳지 못하셨는데 제가 승은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소녀에게 소년은 너무나도 과분한 사람이었다. 조선의 세손으로 태어난 그는 영조대왕에 이어 조선의 임금이 될 사람.  바로 조선 22대 국왕 정조 이산이었다. 


인사이트MBC '옷소매 붉은 끝동'


후궁이 되어달라는 소년의 고백을 거절한 궁녀는 그 뒤로도 한차례의 고백을 거절했다. 하지만 산은 더 이상 보채지 않았다. 그렇게 서른 살이 될 때까지 홀로 궁녀에 대한 짝사랑을 키워왔다. 


그리고 15년 만에 다시 전한 세 번째 고백에 궁녀는 비로소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 소녀가 바로 정조의 후궁인 의빈 성씨, 성덕임이다.


전해지는 정순왕후의 교지나 정약용의 기록에 따르면 정조는 여인을 가까이 두지 않기로 유명했다. 


자신의 첫사랑, 그것도 일개 궁녀였던 그녀에게 두 번이나 차이고도 정조는 15년이란 긴 세월을 기다린 끝에 첫사랑을 이룰 수 있었다. 


인사이트MBC '옷소매 붉은 끝동'


혼인을 하고 드디어 덕임과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던 정조. 하지만 그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함께하기로 약속한지 5년 만에 덕임이 병을 얻어 세상을 떠난 것이다. 


덕임이 죽던 날, 그녀는 자신의 처소를 찾아온 정조에게 "이리 가게 돼 죄송합니다"라며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정조는 "가지 마라. 가지 마라. 이리 가면 안 된다"라며 마지막을 안타까워했다. 


실록에는 덕임이 죽고 난 후 며칠 동안 정조가 정사를 돌봤다는 기록을 찾아볼 수가 없다. 또 덕임이 세상을 떠났던 중희당을 본인의 집무실로 사용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인사이트MBC '옷소매 붉은 끝동'


덕임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오랜 시간 그리움에 사로잡혔던 정조는 닿을 수 없음에도 자신의 마음을 편지에 담았다. 


'어찌하여 죽어서 삶을 마치느냐. 나는 이제 와서 네가 죽었는지 안 죽었는지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네가 다시 살아나서 이승으로 돌아오길 기대한다'


'이 한 가지 그리움이 닿아서 네가 굳세게 이룬다면 네가 다시 이승으로 돌아와서 궁으로 올 것이다. 마음 한가운데가 참 슬프고 애가 타며, 칼로 베는 것처럼 아프다'


'사랑한다. 너는 멀리 떠났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사도'


'나는 저승도 갈 수 없다. 너 또한 내가 슬픔을 잊을 수 없음을 슬퍼할 것이다. 그러한가. 그렇지 않은가. 사랑하는 너는 어질고, 아는 바가 많고, 총명하고, 슬기롭고, 밝고, 이치를 훤히 알고, 옳고, 예절을 지키는 사람이다'


'그런데 너의 목숨은 어찌 이리 가느다랗단 말이냐'


'편히 쉬어라. 지금 내가 너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구나. 사랑한다'


두 사람의 절절한 러브스토리는 최근 MBC 드라마 '옷소매 붉은 끝동'으로 재탄생해 매회 호평을 얻으며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