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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반인에게 '판매 금지'였던 음료의 정체

지금은 없어선 안 될 생필품 중 하나가 1993년까지만 해도 일반인에겐 판매 불법이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유진 기자 = 지금은 없어선 안 될 생필품이 된 식용 생수. 그런데 생수가 내 돈 주고 사 먹는 것도 불법이던 시절이 있다.


199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 시판된 생수는 오직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만을 위한 것이었다. 당시 내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생수 판매는 법적으로 금지됐다. 


생수의 국내 시판이 공식 허용된 시점은 오늘로부터 '27년 전'인 1994년 3월 16일부터다. 1980년대까지 대부분의 국민들은 수돗물을 끓여 마시거나 지하수를 이용했다.


심지어 내국인들을 상대로 생수를 판매한 생수 회사에는 처벌이 내려지기도 했다. 과연 당시 정부는 왜 내국인들이 생수를 사 먹지 못하도록 생수 판매 금지령을 내렸을까.


인사이트KBS 뉴스


한국에서 한시적이지만 공식적으로 처음 생수가 판매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기간 동안이다.


이마저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에 한한 것이었고, 정부는 올림픽이 끝나자마자 생수 판매를 다시 법으로 금지했다. 


생수 판매 금지에 대해 정부에서 내놓은 입장은 '사회계층 간 위화감 조성'과 '수돗물에 대한 불신 조장'이었다.


실제로 당시 대형 생수 한 통(18.9리터) 기준 평균 판매가는 4000원으로, 1리터에 182원이던 경유(3439원)보다도 비쌌고 수돗물과 비교했을 땐 무려 2천 배나 가치가 높았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올림픽 이후에도 관련 업체들은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생수를 시중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다수의 국민들 역시 불법적으로라도 생수를 사 먹게 됐는데, 1991년 낙동강 페놀 유출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구와 부산을 비롯한 전 영남지역의 식수원인 낙동감이 오염되면서 깨끗한 물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드높아진 것이다.


결국 암암리에 성행하던 생수 판매는 1994년 3월 8일 '국민의 행복 추구권을 침해한다'는 대법원 판결에 따라 공식적으로 허용됐다.


생수 시판이 자칫 '수돗물 정책 포기'로 비칠 것을 우려한 여야 의원들과 보건사회부의 공방전이 이어졌지만, 재판부는 "생수 판매 금지 조처는 국민의 깨끗한 물을 자신의 선택에 따라 마실 수 있는 헌법상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므로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이 고시 내용은 생수 제조업체들에 대해 헌법상 보장된 영업자율을 침해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올림픽 이후 시작된 생수 판매 금지를 둘러싼 사회적 대립은 대법원의 판결에 따라 7년 만에 끝이 났다.


한편 1993년 10월 보건사회부가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국내 14개 생수 허가업체의 연간 생수 생산량 24만 1000여t 중 98%가 시중에 불법 유통되고 있었다.


무허가 업체의 생산량까지 합치면 국내 생수시장 규모가 연간 1000억대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해당 자료는 생수 불법 유통이 그만큼 성행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