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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느러미 잘린 채 쓰레기 옆에서 헤엄치는 '제주 돌고래'를 살려주세요"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7일 제주 해상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플라스틱 , 페트병, 비닐봉지 등 해양쓰레기 주변을 헤엄치는 장면을 포착했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고동명 기자 = 남방큰돌돌고래 '원담이'가 처음 세상에 이름을 알린 건 2016년이다.


처음 원담이를 목격한 사람들은 돌고래가 제주시 구좌읍 행원리 광어양식장 주변 해안가 가두리 원담(제주 해안가에서 밀물과 썰물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을 수 있게 쌓아 만든 돌담)에 갇혔다고 여겼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확인해보니 이 돌고래는 양식장 주변 먹이가 풍부한 원담안에 스스로 들어온 것이었다.


우연하게 원담에 들어온 이 돌고래는 무리 활동을 하는 다른 동료들 몰래(?) 매년 찾아와 자신만의 '뷔페'를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이 돌고래는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매해 3~4회 같은 장소에 머물며 먹이를 먹는 모습이 관찰됐고 '원담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러던 원담이가 2019년부터 자취를 감췄다. 지난해에도 올해도 원담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원담이에게 무슨일이 생긴걸까?


전문가들은 단순히 먹이 활동 장소를 변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처음 발견 당시 돌고래 평균 수명인 40년 정도로 추정돼 자연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원담이의 행방이 단순한 궁금증에 머물수 없는 이유가 있다.


제주 해상에서 수난을 겪는 남방큰돌고래들이 잇따라 발견되고 있어서다.


◇낚시줄에 지느러미 잘리고...돌고래 수난사


인사이트뉴스1


돌고래 보호단체인 '핫핑크돌핀스'는 지난 7일 제주 해상에서 남방큰돌고래 무리가 플라스틱 , 페트병, 비닐봉지 등 해양쓰레기 주변을 헤엄치는 장면을 포착했다.


지난달에는 낚시줄이 등지느러미에 걸려 살이 파고든 돌고래의 안타까운 모습이 목격됐다.


핫핑크돌핀스는 "낚시줄 (또는 폐그물)이 등지느러미에 걸려 있는 돌고래는 등에 걸린 줄을 벗겨내려고 몸부림을 치면 칠수록 점점더 그물이 살을 옥죄어 나중엔 등지느러미를 잘라내버릴 수도 있게 된다"고 우려했다.


낚시줄에 걸리는 남방큰돌고래 사례는 올해만 세번째 발견됐다.


2019년 6월에는 꼬리지느러미가 아예 없는 돌고래가 관찰됐다.


남방큰돌고래 사체가 해안에서 발견되는 경우는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지난해 6월에는 몸무게 250㎏, 둘레 180㎝의 수컷 남방큰돌고래가 그물에 걸려 죽은 채 해안가에서 발견됐다.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남방큰돌고래는 2008년 124마리, 2009년 114마리, 2010년 이후 104마리 등 2000년대 감소추세였다가 2012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고 120여마리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13년 서울대공원의 제돌이 방류는 돌고래를 향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해상풍력과 돌고래 관광 선박 등으로 돌고래들의 서식 환경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핫핑크돌핀스 관계자는 "제주 전역에 서식하던 돌고래들이 최근에는 대정읍 해상에서 주로 발견되고 있다"며 "해안가 개발로 바다 오염과 쓰레기가 증가하고 해상풍력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으로 돌고래들의 활동 반경이 좁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뉴스1


관광객들의 인기를 끄는 돌고래 선박관광 역시 사람과 돌고래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주연구원은 "돌고래 관광 선박 접근은 돌고래에 일시적 행동변화를 미치고 있다"며 "단기적일때는 문제가 없으나 지속적인 선박 수중 소음에 노출되면 돌고래들간 소리 신호 수신을 방해해 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뒤늦게나마 남방큰돌고래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내년 3월까지 남방큰돌고래 분포 범위와 개체수 등을 조사하고 문화재적 가치를 판단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