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언론의 자유 외치더니 정권 말 '언론재갈법' 밀어붙이려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언론의 자유 외치더니 정권 말 '언론재갈법' 밀어붙이려는 민주당의 '내로남불'

인사이트28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미룬 채 일반법안을 상정 표결처리하고 있다. /뉴스1


[인사이트] 정인영 기자 =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예정됐던 28일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또다시 연기됐다.


앞서 지난달 민주당의 단독 표결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야당 및 각계각층의 반대에 부딪힌 뒤 한 달 넘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번 언론중재법이 '가짜뉴스방지법'이라며 가짜뉴스로 피해 입은 국민을 위한 법이라 주장하지만, 야당 및 법조계, 시민단체 등에선 언론을 탄압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하는 '언론재갈법'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헌법과 민주주의에 반하는 '독소조항'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권 말 정부 비판 보도 '가짜뉴스'로 매도"...언론의 자유 침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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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의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의 목소리가 크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언론재갈법'은 제2의, 제3의 조국을 만들고 날개를 달아주는 '조국 지키기' 법에 불과하다"고 일갈했다.


이번 법안이 정권 말 각종 권력형 비리 보도를 '가짜뉴스'로 치부해 원천봉쇄하겠다는 여권의 꼼수라는 게 야당 측 생각이다.


윤석열 대선후보 역시 해당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에는 정부의 숨은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며 "군사정부 시절 정보부와 보안사의 '사전 검열'과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진보 정당인 정의당 역시 언론중재법에 반대하고 있다.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언론중재법은 주요 권력 집단이 비판적 보도를 막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다"며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외신기자들도 반대의 뜻을 전했다. 서울외신기자클럽 이사회는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는 언론중재법을 국회에서 강행하려는 움직임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위헌성 다분한 '독소조항'들...'유튜버'의 가짜뉴스도 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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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언론중재법의 위헌성 문제다. 야당뿐만 아니라 법조계 등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대표적 '독소조항'의 위헌성이 높다고 연일 질타하고 있다.


법안을 잘 들여다보면, 가짜뉴스를 막는 법으로 기능하기보다 언론 탄압의 목적 또는 결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표적 '독소조항'인 징벌적 손해배상조항은 언론사의 고의·중과실에 따른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과도한 규제입법을 제정하는 경우 과잉금지원칙 또는 이중처벌금지 등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현재 언론보도로 피해를 준 언론사의 경우 민법상 민사소송으로 손해배상책임을 질 수 있고, 형법상 명예훼손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다.


소송이 부담스러우면 언론중재위원회를 통해 언론사에 책임을 묻고 피해를 보상받는 조정제도도 있다. 법적,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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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피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으로 배상하도록 하는 법안은 피해자의 구제보다는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고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다.


아이린 칸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24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포함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미디어 산업은 징벌적 배상이 허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한 허위조작보도를 한 언론사의 고의나 중과실을 '추정'한다는 점도 위헌의 소지가 높다. 민법상 손해의 입증책임은 피해자에게 있는 것이 기본 원칙인데, 고의나 중대한 과실을 '추정'함으로써 입증책임을 언론사에게 떠넘긴 것이다.


언론사가 허위조작보도를 했다는 의혹을 받으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과도한 규제는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수준이다.


무엇보다 '허위조작 보도'로 판단하는 것도 자의적인 판단으로 명확성 원칙에 위배돼 위헌일 가능성이 높다.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언제든지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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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법안이 지난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당시에 존재했다면, 'jtbc 테블릿PC 보도'는 절대 나오지 못했을 거라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나 사법부, 고위공직자 등을 비판하는 보도를 허위조작 보도로 판단하는 순간 언론이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엄청난 부담이 지워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위헌성과 함께 규제 대상이 언론사에 한정됐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민주당이 언론중재법을 통해 가짜뉴스를 막겠다고 했지만, 정작 가짜뉴스의 진원지로 불리는 유튜버나 팟캐스트 등은 규제대상에서 빠졌다.


영향력 있는 유튜버나 팟캐스트 운영자는 언론 이상으로 여론을 형성해 가짜뉴스를 뿌릴 경우 그 해악이 더 크다. 


그런데도 언론사만 대상으로 한 것은 결국 여권에 비판적인 언론사를 '타깃'으로 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언론의 자유 외치던 민주당, 집권 후 비판 언론 탄압 '내로남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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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중재법 자체도 문제인데, 그 법안을 주도하고 강행처리하려는 세력이 정부 여당이라는 것 역시 '내로남불'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


충분한 국민적 합의와 토론 과정이 없이 민주당이 단독으로 강행처리하려 했던 것도 문제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은 조국 전 장관의 가족 입시 비리 문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댓글 공작 의혹, 이상직 전 민주당 의원의 수백억대 횡령, 배임 의혹 등의 뉴스가 나왔을 때 '가짜뉴스'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결과는 모두 유죄로 드러났고, 민주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가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라 치부했지만 '진짜뉴스'였고 언론사들의 보도가 없었더라면 국민들은 알 길이 없는, 묻히고 말았을 사건들이었다.


이렇듯 '원죄'가 있는 민주당이 가짜뉴스를 운운하면서 언론중재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킨다면 '내로남불'이라는 비판과 역사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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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비롯해 권력자의 범죄, 부정부패 등이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고 이에 항거한 국민의 투쟁으로 자유민주주의국가가 됐다.


문재인 정부 역시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국민들의 촛불집회로 탄생했다. 야당은 물론이고 언론 단체와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들까지 나서서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다.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까지 가세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방미 귀국 기내 기자간담회에서 "언론이라든지 시민단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이런 저런 문제제기를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들이 충분히 검토될 필요가 있다"며 한 발 뺀 모습을 보였다.


대선 후보였을 당시 문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의 실상을 알린 언론에 경의를 표한다"며 "언론의 자유가 정권을 지켜준다. 반드시 언론 자유 보장의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문 대통령과 민주당 등 집권세력이 정권 연장을 위해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전에 직접 내뱉었던 약속들만큼은 기억하고 지켜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