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제14호 태풍 '찬투'가 휩쓸고 온 물폭탄에 허리까지 잠겼던 제주 상황
제14호 태풍 '찬투'가 휩쓸고 온 물폭탄에 허리까지 잠겼던 제주 상황

인사이트뉴스1


[뉴스1] 고동명 기자, 오현지 기자, 홍수영 기자 = "어젯밤부터 인도에 물이 넘치더니 순식간에 가게로 빗물이 들어 차더라고요"


제14호 태풍 '찬투(CHANTHU)'가 불어닥친 17일 오전 제주시 용담2동 A렌트카 매장을 치우던 김용국씨는 망연자실한 채 밖을 내다봤다.


지난 7월에도 한 차례 침수가 발생했었던지라 이번 태풍 소식에 가게가 걱정돼 나왔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혹시나 해서 매장 뒤편 주차장에 세워 둔 차량들은 다른 곳으로 이동해 놓은 게 불행 중 다행이었다.


이날 아침부터 A 렌터카 매장에선 깊숙이 들어찬 빗물을 빼내느라 직원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발목까지 물이 찼던 매장은 어느 정도 치웠지만 건물 안팎에 넘치는 흙탕물은 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옆 다른 상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밤새 피해를 걱정해 가게 문 앞에 한가득 세워둔 모래주머니가 무색하게 빗물은 가게 안까지 밀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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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문을 연 B음식점은 이번과 같이 큰 침수 피해는 처음이다. 2019년 인근 제주국제공항 지하차도 공사가 시작된 후부터 비가 올 때마다 조금씩 침수가 발생한 정도였다.


그런데 이번 태풍이 몰고 온 '물폭탄'으로 가게 안 부엌과 식기구가 모두 젖어 장사를 재개하려면 적잖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태풍으로 도심지인 제주(북부)의 경우 시간당 강수량 71.7㎜를 기록했다. 13~17일 오전 6시 누적 강수량은 322.9㎜에 달한다.


B음식점 사장의 가족은 "소식을 듣고 왔는데 막상 물바다가 된 가게를 보니 깜깜하다"며 "바로 인근에서 공사가 시작되고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고 울상을 지었다.


이 상가 뒤편은 성인 남성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찬 상태였다. 창고와 주차장으로 쓰이던 곳이지만 검은 흙탕물이 뒤덮어 기존의 모습은 가늠할 수 없었다.


제주소방안전본부는 이곳에 중장비를 동원해 배수작업을 했지만 쉽게 물이 빠지지 않아 대형 펌프차까지 동원했다.


◇일주일 내내 비바람…물바다된 월동무밭


태풍 찬투의 직접 영향을 받은 것은 16일 오후부터 17일 오전 사이지만 제주는 지난 13일부터 간접영향을 받아 일주일 내내 비바람이 불었다.


시민 강모씨(42)는 "제주가 태풍의 길목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질리는 태풍은 처음인 것 같다"며 "일주일 동안 햇빛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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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전에도 평소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용담 해안도로 카페와 식당은 아예 문을 닫거나 건물 안에 들어온 빗물을 닦아내느라 분주했다.


해안에는 집채만 한 파도가 민가와 도로 위 차들을 덮칠듯 거셌다.


한적한 거리에는 주인 잃은 우산과 부러진 나뭇가지, 넘어진 자전거 등 태풍의 흔적만이 나뒹굴고 있었다.


제주 대표 관광지인 성산일출봉 일대에도 몰아치는 강풍과 파도 소리만 들릴 뿐 적막감이 감돌았다.


광치기해변을 찾은 관광객들은 거센 강풍에 차에서 내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창밖으로 태풍의 위력을 실감해야 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119에 접수된 피해신고는 41건, 인명구조 3건이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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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작물 등 1차산업 피해 현황은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아 향후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부터 태풍 영향으로 폭우가 쏟아져 물바다가 된 일대 월동무밭은 서너시간이 지나도 물이 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날 오전까지 침수피해가 접수된 성산읍 소재 월동무 농지만 1만8600여㎡에 달한다.


현길환 성산읍장은 "제주 월동무 생산량의 절반을 성산읍에서 담당하는데 이번 태풍으로 피해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 피해조사를 시작하지 않았지만 월동무밭 외 다른 피해는 아직까지 접수된 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