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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전투기에서 탈출 포기한 공군 조종사가 마지막으로 날린 교신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은 이상희 대위(당시 중위)의 이야기가 재조명되고 있다.

인사이트故 이상희 대위의 생전 모습 / 뉴스1


[인사이트] 박상우 기자 = "추락한다. 탈출하겠다. 아…. 전방에 민가가 보인다. 탈출 불가"


지금으로부터 30년 전 F-5A 전투기에 탑승한 한 공군 중위는 전투기가 추락하는 위급한 상황에서도 비상 탈출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민가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을 찾아 비행을 이어갔다.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은 것이다. 故 이상희 대위(당시 중위)의 이야기다.


1991년 12월 13일 오후 3시 1분, 이 대위는 광주시 서구 유덕동 한 마을 200m 상공에서 전투기 훈련 중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때 착륙 준비를 하던 이 대위의 전투기가 200m 상공에서 다른 전투기와 충돌해 급하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기체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전투기는 검은 연기를 내며 중심을 잃어갔다. 이 대위와 부딪힌 조종사는 즉시 낙하산을 타고 비상 탈출을 했다.


이 대위 역시 처음에는 탈출을 하겠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그는 전투기에서 탈출하지 않은 채 비행을 이어갔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대위가 탄 F-5A 전투기는 착륙 지점을 찾는 듯한 비행을 이어갔다고 한다.


한참을 아슬아슬하게 비행하던 F-5A 전투기는 결국 착륙하지 못했다. 전투기는 마을 인근 미나리 밭에 떨어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렇다면 왜 이 대위는 충분히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음에도 이런 선택을 했던 걸까. 그 궁금증은 조각난 기체에서 발견된 녹음테이프로 인해 해결됐다.


당시 이 대위는 추락하는 와중에도 끝까지 조종간을 붙잡으며 교신을 보냈다. 그의 마지막 교신에는 민가를 발견했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 대위는 전방에 민가가 보이자 탈출을 포기했다. 본인이 탈출하면 민간인이 죽게 되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탈출 불가'라는 음성을 남기고 밭으로 추락하는 걸 택했다.


이 대위는 F-5A 전투기와 함께 23살의 이른 나이로 민가와 한참 떨어진 미나리 밭에서 장렬히 산화했다.


공군은 무고한 이들의 죽음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어놓은 이 대위에게 1계급 특진과 함께 보국훈장 광복장을 추서했다. 그리고 사고 지점에 추모비를 세우고 그의 희생정신을 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