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폐 끼치지 않고 산에 묻히고 싶다"…'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히말라야 '산사람' 되다
"폐 끼치지 않고 산에 묻히고 싶다"…'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히말라야 '산사람' 되다

인사이트김홍빈 / 뉴스1


[뉴스1] 박준배 기자 = '열 손가락 없는 장애인'으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좌 등반에 성공한 '불굴의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영원한 산사람으로 남는다.


김홍빈 브로드피크 원정대 광주시 사고수습 대책위원회는 26일 김 대장 가족들의 의사를 존중해 추가 수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족들은 브로드피크 사고지점의 험준함과 전날 헬기 수색 결과 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생환이 어렵다고 보고 추가 수색 중단을 요청했다.


김 대장 부인은 "김 대장은 평소 사고가 나면 2차사고나 폐를 끼치고 싶지 않고 산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며 "7900m 고산지대 수색을 위해 대원들이 등반할 경우 2차사고 우려가 크다. 수색을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색 중단에 따라 대책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의 업적을 고려해 가장 영예로운 방법으로 장례를 추진키로 했다.


인사이트브로드피크 수색하는 파키스탄 군헬기 / 뉴스1


1964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김 대장은 1983년 대학 산악부에 가입하면서 산과 인연을 맺었다.


1989년 네팔 에베레스트(8850m), 1990년 파키스탄 낭가파르밧(8125m)을 등반했다.


28세였던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를 단독 등반하다가 손가락 10개를 모두 잃는 시련을 겪었다.


김 대장은 사고에도 좌절하지 않고 6년 뒤인 1997년부터 2009년까지 13년동안 전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완등했다.


1997년 유럽 엘브루즈(5642m)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5895m) 등정에 성공했다. 1998년엔 사고를 당했던 북미 매킨리를 다시 찾아 결국 정상에 올라 트라우마를 극복했다. 같은해 남미 최고봉인 아콩카쿠아(6959m) 등정에도 성공했다.


2000년엔 네팔 마나슬루(8163m) 등반, 2002년은 아프리카 킬리만자로·북미 매킨리 정상에 또 다시 올랐다.


인사이트김홍빈 / 뉴스1


2003년에는 키르기스스탄 레닌피크(7134m), 2006년 가셔브룸 2봉(8035m)·티베트 시샤팡마(8027m), 2007년 네팔 에베레스트(8850m)·호주 코지어스코(2228m), 2008년 네팔 마칼루(8463m), 2009년 남극 빈슨매시프(4897m)·네팔 다울라기리(8167m) 등을 등정했다.


장애인 최초 7대륙 최고봉 완등자로 이름을 올렸으나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2011년에는 티베트 초오유(8201m), 2012년 파키스탄 K2(8611m), 2013년 네팔 캉첸중가(8586m), 2014년 네팔 마나슬루(8163m)의 정상에 올랐다.


2017년 네팔 로체(8516m)·파키스탄 낭가파르밧(8125m), 2018년 네팔 안나푸르나(8091m) 등정에도 성공하며 히말라야 14좌 중 13개봉 정상에 섰다.


열 손가락 없는 장애인으로 장애를 극복하며 세계 각국의 산 정상에 오른 김 대장은 그 자체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인사이트김홍빈 / 뉴스1


김 대장은 고향인 고흥군 명예홍보대사, 광주시 빛고을 홍보대사, 전남도교육청 전남교육 명예대사로 활동하며 '불굴의 도전 정신'을 전했다.


김 대장은 지난 17일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중 마지막 여정인 브로드피크 등정에 나섰다.


김 대장은 등정 전 "'코로나19로 지친 대한민국 국민에게 장애인도 할 수 있으니 모두 힘내시라'는 응원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장은 17일 오후 11시(현지시각) 베이스캠프를 출발해 18일 오후 4시58분 브로드피크 정상에 올랐다.


이후 하산하던 중 18일 자정쯤 7900m 지점 크레바스를 통과하다 조난당했다.


인사이트러시아 산악인 비탈리 라조, 김홍빈 대장과 찍은 마지막 사진 / 뉴스1


김 대장은 꼬박 밤을 새우고 19일 오전 위성전화로 구조요청을 보냈다. 러시아 구조팀이 오전 11시쯤 김 대장을 발견 구조작업을 벌였지만 주마(등정기)를 이용해 로프를 올라오던 중 추락했다.


김 대장이 지니고 있던 위성전화는 브로드피크 동남쪽 중국령 7000m 지점에서 신호가 잡혔다.


사고 지점은 1000~1500m 가량 되는 80도 직벽 암벽 구간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군 헬기가 25일 수색에 나서 6차례 선회하며 정찰수색을 했으나 김 대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구조헬기에서 촬영한 영상을 베이스캠프에서 판독했으나 김 대장의 흔적을 찾지 못했다.


대책위는 김 대장의 공적과 과거 산악 체육인의 수훈사례를 감안해 체육훈장 최고등급(1등급)인 '청룡장' 정부 추서를 건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