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5 15℃ 서울
  • 15 15℃ 인천
  • 13 13℃ 춘천
  • 10 10℃ 강릉
  • 15 15℃ 수원
  • 17 17℃ 청주
  • 17 17℃ 대전
  • 13 13℃ 전주
  • 17 17℃ 광주
  • 16 16℃ 대구
  • 15 15℃ 부산
  • 16 16℃ 제주

남편을 결혼 전 10년 동안 사귀었던 '전여친' 결혼식에 보내준 여성

결혼 후 5년이 지났지만 과거 10년 동안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남편을 둔 여성의 고민이 전해졌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결혼한 지 5년이 지났지만 수진(가명) 씨는 남편으로부터 제대로 된 관심 한 번 받아본 적이 없었다. 


결혼 후 각방은 일상이었다. 남편은 부부관계는커녕 수진 씨의 손을 잡아주지도, 말을 걸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남편이 외박하거나 술에 취해 들어오는 건 아니었다. 집에 일찍 들어왔고 수진 씨가 가끔 무언가를 부탁할 때면 토를 달지 않고 들어줬다. 부부싸움을 날 수가 없었다. 


수진 씨의 친구들에게 이런 남편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수진 씨를 아내가 아닌 남처럼 어렵게 대해서 그런 거였는데도 말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수진 씨의 남편에게는 결혼하기 전 10년을 넘게 사귀었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녀는 남편이 처음으로 만난 여자였고, 첫사랑이었다. 


수진 씨가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건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밤이었다. 수진 씨가 잠든 시간, 남편은 첫사랑의 사진과 추억이 담긴 편지·물건들을 보면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남편과 그의 첫사랑은 결혼까지 약속한 사이였으나 집안의 반대로 결국 이루지 못했다. 어머니가 강제로 선을 보고 결혼을 시켰는데 그 대상이 수진 씨였다. 


결혼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된 수진 씨는 남편에게 첫사랑의 사진과 물건을 버리라고 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남편이 밉고 서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웠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렇게 4년을 보낸 수진 씨에게 남편은 첫사랑이 결혼한다는 소식이 들렸다고 전했다. 남편은 신경 안 쓰는척했지만 계속 마음을 쓰는 모습이 보였다. 


수진 씨는 남편에게 "신경 쓰이는 거 다 안다. 마지막으로 한번 다녀와"라고 했다. 남편은 그날 처음으로 수진 씨의 손을 붙잡고 "정말 정말 미안해"라며 한참을 울었다. 


첫사랑의 결혼식을 보기 위해 멀리 떨어진 고향으로 간 남편은 2박 3일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 사이 말로 표현 못 할 서러움과 울적함이 몰려온 수진 씨는 밤마다 먹지도 못하는 술을 마시며 펑펑 울었다.


3일 뒤에 돌아온 남편은 조용히 마지막 인사를 하고 왔다며 수진 씨에게 "정말 미안하고 고맙다"고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그 이후 남편은 180도 변했다. 데이트도 하고 기념일도 챙기고 대화도 나눴다. 가끔은 부부싸움도 했지만 수진 씨는 그마저도 행복했다. 첫사랑의 물건을 보는 일도 사라졌다. 수진 씨는 처음으로 사랑받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가 최근 남편의 친구와 부부동반 모임을 나갔다. 그곳에서 남편 친구 부인의 말을 듣고 수진 씨는 충격에 빠졌다. 


남편이 첫사랑을 억지로라도 잊어보려고 수진 씨와 데이트도 하고 스킨십도 했지만 오히려 더 생각난다며 수진 씨와의 부부생활을 하기 싫다고 친구 부부에게 털어놓았던 것.


친구 남편의 부인은 이 사실을 전하면서 남편이 결혼식을 다녀온 후 죽을 만큼 힘들어하면서 수진 씨 몰래 정신과까지 다니고 있었다고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 이야기를 들은 수진 씨는 하루종일 멍하게 있다가 친정집으로 향했다. 억지로 웃는 수진 씨를 향해 친정엄마는 "울 아가 많이 외로웠지?"라고 했다. 엄마의 한마디에 수진 씨는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모두 쏟아냈다. 


친정집 방안에 누워 "왜 안 들어와?"라는 남편의 문자를 모두 무시한 수진 씨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써 내려간 뒤 이렇게 물었다.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이혼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제 일이 되니 너무 힘들고 바로 이혼하기가 쉽지 않네요. 어떡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