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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디데이' 날, 파티를 연 할아버지는 마지막 '담배'을 피우고 세상을 떠났다

은퇴 후 암 투병 중이던 66세의 수학교사 윌 피서의 집에는 초대받은 가족과 친구 30여 명이 모여 파티를 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날씨가 좋았던 2012년 3월의 어느 날, 은퇴 후 암 투병 중이던 66세의 수학교사 윌 피서의 집에는 초대받은 가족과 친구 30여 명이 모여 파티를 열었다. 


성대한 파티였다. 모인 사람들은 맥주와 와인을 마시거나 식사를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오후 3시가 되었을까. 피서와 아내는 모인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집 안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피서는 담배를 꺼내 물었다. 


암 투병 중인 그가 담배를 문 모습에 사람들은 놀랐지만 그는 "나의 마지막 담배야"라며 한 모금을 쭉 빨아들였다. 


피서가 마지막 담배를 피운 날은 그의 '디데이(D-Day)'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고등학교 교사였던 피서는 은퇴 후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겼다. 집안에서는 클래식 재즈 음악을 감상했고, 알토 색소폰을 연습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색소폰 소리가 잘 안 나왔다. 마우스피스와 리드의 좁은 공간으로 숨을 강하게 불어넣지 못했다. 병원에 가보니 구강 편평상피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다. 


암의 진행은 빨랐다. 7개월이 지난 후에는 암세포가 인후부 위로 번져 극심한 통증은 물론 호흡조차 곤란하게 됐다. 병원에서는 그에게 모르핀을 처방했고, 가슴에는 모르핀 테이프를 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윌은 자신의 죽음이 멀지 않았음을 직감한 듯했다. 그리고 아내를 향해 한마디를 했다. 


인사이트파티 당일 안락사를 앞두고 단체 사진을 찍은 윌 피서(가운데 빨간 니트) / news-postseven


"내가 죽는 날에 파티를 하자!"


간호사 출신이었던 아내는 처음에 남편의 아이디어를 반대했다. 죽는 날을 딱 정해 파티를 하자는 건 곧 '안락사'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통 없이 즐겁게 떠나고 싶어 하는 남편 피서의 마음을 헤아린 아내는 곧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밖에서 가족들과 친구들이 웃고 떠들며 파티를 즐기고 있을 때 방 안 35살의 젊은 의사는 "주사와 독약 중 어떤 걸 선택하시겠어요?"라고 침대에 누운 피서에게 물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피서는 주자 하지 않고 "주사를 놔 주세요, 선생님. 친구들이 밖에서 파티를 하는데 제가 좀처럼 죽지 않는 일이 없도록 말이죠"라고 답했다. 


그리고 주사를 맞은 피서는 세상을 떠났다. 향년 66세였다. 


피서가 눈을 감는 순간, 아내는 전날 밤의 대화를 떠올렸다. "내가 만약 미래에 다른 남자를 찾는다면 어떻게 할 거야?"라는 아내의 물음에 피서는 "그건 상관없어. 네가 행복하다면 말야"라고 답했다. 


이어 "그래도 파티에 부른 사람들은 피해줘. (그러면) 죽으려 해도 죽을 수가 없어"라며 아내의 입가에 미소를 띠게 만들었다. 피서가 떠난 후 아내는 눈물 한줄기를 흘렸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피서의 아내로부터 이 이야기를 들은 일본인 기자 미야시타 요이치는 자신의 책 '안락사를 이루기까지'를 통해 소개했다. 


한편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2002년 세계 최초로 안락사를 허용했다.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도 안락사 근거로 인정된다. 


단 안락사를 위해서는 자신이 가망이 없다는 점과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한이 없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납득시켜야 한다.


담당의는 전문의에게 소견을 얻어야 하고 안락사 시행 후에는 변호사와 의사, 윤리학자 등으로 구성된 지역심사회가 안락사의 적절성을 평가한다.


미성년자는 12세 이상부터 안락사가 허용된다. 다만 15살까지는 부모 혹은 법적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17세 이하는 부모 동의 없이도 가능하다 안락사 희망 사실을 보호자에게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