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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테스트기가 없던 '기원전 1400년'에 여성들은 보리·밀에 소변을 봤다

과학적 원리를 이용하기 이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임신 유무를 판별했을까.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태아의 성장과 발육 그리고 산모의 건강 유지를 위해 임신 여부를 빨리 파악하는 게 좋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는 '임신테스트기'로 간편하게 알아보곤 한다. 이는 소변을 통해 흘러나오는 호르몬 수치를 검사하는 원리다.


이때 궁금증이 생긴다. 이러한 과학전 원리를 이용하기 이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임신 유무를 알 수 있었을까. 


아주 먼 옛날인 기원전 고대 이집트는 다름아닌 '보리와 밀'을 이용해 임신 여부를 판단했다고 한다.


인사이트3,500년 전 '고대 파피루스 콜렉션(The Papyrus Carlsberg Collection)'에 적힌 임신 검사 지침 / 코펜하겐 대학교


2018년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소피 쉬 외트(Sofie Schiødt)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공개한 '고대 파피루스 콜렉션(The Papyrus Carlsberg Collection)'에 고대 사람들의 임신 테스트와 관련된 내용이 담겼다.


당시 연구팀은 기원전 1400년경에 작성된 문서에서 보리와 밀을 이용해 임신 검사를 하는 방법이 기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고대 이집트에서는 현대와 마찬가지로 여성의 소변으로 임신을 판단했다.


먼저 보리와 밀을 채운 자루를 각각 준비해 2개의 자루에 임신 가능성이 있는 여성이 소변을 보는 것이다. 


인사이트3,500 년 된 의료용 파피루스와 소피 쉬 외트(Sofie Schiødt) 박사 / Mikkel Andreas Beck


만약 보리나 밀이 발아하면 그 여성은 임신한 것으로 판정하고, 발아하지 않으면 임신이 아닌 것으로 판정했다.


당시 사람들에게 임신 여부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것은 태아의 성별이었다. 아이의 성별이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리와 밀을 이용해 성별을 알아보기도 했다. 


보리가 먼저 발아하면 남자아이, 밀이 먼저 발아하면 여자아이라 믿었다고 전해진다.


해당 문건을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지난 1963년 미국국립보건원(NIH)은 보리나 밀을 넣은 자루에 남성과 임신하지 않은 여성, 임신한 여성의 소변을 각각 주입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Bank


실험 결과, 남성과 임신하지 않은 여성은 보리나 밀이 전혀 발아하지 않은 반면, 임신한 여성은 70% 확률로 발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기원전부터 전해진 임신 검사 방법이 어느 정도 신뢰가 가능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실험결과 "보리는 남아, 밀은 여아"라는 성별 판정은 근거 없는 추측인 것으로 드러났다.


코펜하겐 대학 연구팀은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로 기록된 의학 기술의 대부분은 이후 그리스와 로마 문서에서 또 발견된다. 나아가 중동 의료 기술까지 확대되고 전근대 의학까지 그 흔적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대 이집트인들의 임신 검사 방법이 아프리카 대륙을 넘어 다른 지역까지 확산된 셈이다.


한편 고대 이집트인들의 임신 검사 방법은 1699년에 기록된 독일 민속학 책에도 소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