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식당서 일하면서 바짝 공부해 1년 3개월만에 '초중고' 차례로 졸업한 아주머니
식당서 일하면서 바짝 공부해 1년 3개월만에 '초중고' 차례로 졸업한 아주머니

인사이트뉴시스


[뉴시스] 이병찬 기자 = 학교 문턱도 넘어보지 못한 채 남의 집 허드렛일로 평생을 보낸 60대 식당 아줌마가 15개월 만에 초·중·고 검정고시를 내리 합격해 화제다.


지난 11일 고졸 검정고시 합격증을 받아 든 홍승연(66·충북 충주시 교현동)씨는 "정말 너무너무 하고 싶었던 공부였는데…이제야 한풀이를 한 것 같다"며 흐느꼈다.


지난해 야학 '충주열린학교'의 문을 두드린 것은 딸(35)의 권유 때문이었다. 책을 워낙 좋아하는 어머니에게 딸이 건넨 초등학교 졸업 검정고시 기출문제집은 홍씨의 가슴에 응어리졌던 배움의 한을 요동치게 했다.


그해 8월 홍씨는 초등학교 졸업장을 땄다. 8개월 후인 지난 4월에는 중등 검정고시에 합격한 데 이어 이번에는 고교 졸업장까지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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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걸리는 정규 교육과정을 15개월 만에 해치운 그의 직업은 아직도 식당 찬모다. 홍씨의 지난 세월이 그랬듯 요즘도 매일 충주 시내의 한 식당에서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한다.


"학력이 없어 받아 주는 직장은 식당뿐이었다"는 홍씨는 스무 살이 넘도록 밤마다 학교에 다니는 달콤한 꿈을 꿨다. 고된 삶에 지쳐 그마저도 수십 년 동안 잊고 살았다. 예전부터 거리를 오가며 충주열린학교 간판을 보긴 했지만 문을 열 용기는 없었다.


두 딸과 아들을 궂은 식당 일로 키워 낸 홍씨가 비로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아이들이 장성해 품을 떠난 뒤였다. 그때부터 시간이 날 때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타고난 책에 대한 애착은 초중고 검정고시 초단기 패스의 원동력이 됐다. "그동안 해 본 것 중 제일 쉬운 것이 공부였다"는 홍씨. 그래도 "공부의 깊이가 얕아 대입 수능은 아직 자신이 없다"고 했다.


인사이트KBS2 '학교 2013'


국문학과에 진학해 배움을 이어갈 생각이라는 홍씨는 "몇 년 안에 시집을 내는 것이 꿈"이라며 다시 대입 영어 교재를 펴들었다.


홍씨와 함께 충주열린학교 재학생 57명이 이번 검정고시에 합격했다. 충주 지역 야학 중 8년째 검정고시 합격생이 가장 많다.


정진숙 교장은 "위기와 기회는 늘 공존하는데, 준비하는 사람 도전하는 사람이 그 위기를 기회로 잡을 수 있다"면서 "늦깎이 학생들의 당당한 삶을 위한 행복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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