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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피해자가 '2차 피해' 당해도 선택된 여성들만 보호하는 여가부

피해자가 2차 가해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동안에도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인사이트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 / 뉴스1 


[인사이트] 이유리 기자 = 지난 9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지 하루 만에 생을 마감했다.


평소 여성을 위한 페미니스트 시장임을 자처한 터라 이번 사건의 진실에 많은 사람들은 혼란스러워했다. 


박원순 시장을 추모하는 5일간 애도 기간이 끝나는 마지막 날, 박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전직 비서측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전직 비서 고소인측은 "박시장 비서로 근무했던 4년간 위력에 의한 지속적인 성추행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인사이트뉴스1


고소인측이 피해 입장을 밝히기 전부터 박원순 시장을 지지했던 일부 지지자들은 인터넷 공간을 통해 전직 비서에 대한 루머와 함께 입에 담지 못할 언어들과 비서로 추정되는 확인되지 않은 사진들을 퍼뜨렸다.

한술 더 떠 박원순 시장과 각별했던 여당 측 인사들은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들을 자신의 SNS와 개인 유튜브 통해 거침없이 쏟아냈다. 

그러는 사이 2차 가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일부 극성 지지자들은 피해자 신상털기로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듯 했다. 


인사이트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


피해자가 2차 가해로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동안에도 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하고 지원해야 하는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여성의 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 단체가 즉각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과는 달리 여가부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의 미온적 입장 표명에는 이번 박원순 성추행 혐의 의혹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부하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사퇴했을 당시에도 여가부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아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인사이트뉴스1


일각에선 여가부가 여당과 청와대의 눈치를 보느라 여권 인사들에게 터진 성추문 사건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미투 사건에 연루되었을 당시 여당은 당대표가 피해자에게 즉각적인 사과를 했고 여가부 역시 미투 피해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바로 이런 점이 가해자가 누구냐에 따라 여가부가 선택적으로 여성을 보호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비판이 일자 지난 17일 여가부는 뒤늦게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입장 발표를 했지만 이정옥 장관은 "2차 피해가 클까 봐 못 나섰다"는 비겁한 변명을 내놓았다.


인사이트여성가족부 이정옥 장관 / 뉴스1


"피해자가 현재 겪을 정신적 압박감과 심리적 고통에 정말 마음이 안타깝고 깊은 걱정이 된다"고 우려하며 "피해자가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지원대책을 마련하고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강조했다.


8일이나 지나 나온 여가부의 입장 표명이 2차 피해로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될지 모르겠다.


더구나 안희정 전 지사와 오거돈 부산시장의 미투 스캔들 후 만든 '공공기관의 장 등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매뉴얼'도 이번 사건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여가부의 후속 대책을 얼마나 신뢰해야 할지도 의문이다. 


그동안 여가부는 군복무자 가산점제 폐지와 청소년 게임 셧다운제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끊임없는 폐지 논란이 있어왔다. 


그때마다 여가부는 꿋꿋하게 여성의 입장을 대변해 줄 기관으로 존재 이유를 피력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안은 이전과는 조금 다르다.


가장 중요한 젠더이슈, 특히 위력으로 벌어진 국가기관 성추행 사건을 여가부가 침묵으로 일관한 것에 국민들 특히 여성들의 분노와 실망감은 엄청났다.

 

여가부의 수동적 태도와 불공평한 처사에 분노한 국민들은 국회 청원을 통해 "여가부를 폐지하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17일 시작된 여가부 폐지 국회 청원은 21일 기준 10만을 넘어서고 있다. 여가부는 이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된다.


정부와 여권의 눈치만 보다 그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여론이 여가부의 존폐를 결정 할수 있다는 사실을 여가부는 빨리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