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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개봉한 '아동학대' 영화가 현실이 되는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

영화 '미쓰백'과 유사한 창녕 아동학대 소녀 탈출 사건을 통해 아동학대 문제의 딜레마를 고심해봤다.

인사이트

영화 '미쓰백'


[인사이트] 박아영 기자 = 친부와 계모의 학대로 상처 입은 아이 '지은'(김시아 분)은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백상아(한지민 분)을 길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지은이는 얇은 옷 하나만 입고 겨우 집을 탈출했던 것. 그런 지은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본 상아는 외면할 수 없었고, 결국 지은을 구하기 위해 나선다. 아동학대를 주제로 한 영화 '미쓰백'의 줄거리다.


'미쓰백'은 이지원 감독이 직접 겪은 일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이 감독은 몇 년 전 도움이 필요해 보였던 옆집 아이에게 손길을 내밀지 못했다고 한다.


이후 이 감독은 여러 아동 학대 뉴스를 보면서 그때의 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고 이를 사회에 알리기 위해 펜을 들었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영화 '미쓰백'


개봉 당시 이 감독은 "미쓰백을 통해 용기 내지 못했던 분들도 주위를 둘러보고 지은과 같은 아이들을 한 명이라도 더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를 본 사람이든 아니든 어디선가 영화 내용을 본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바로 최근 뉴스에서다.


지난달 29일 경남 창녕군에서 계부와 친모의 학대를 견디지 못한 9살 아이가 자신의 집 테라스로 탈출했다.


제대로 먹지도, 씻지도 못한 채 잠옷 바람으로 뛰쳐나온 아이는 지나가던 시민의 도움을 받았다.


인사이트채널A '뉴스A'


인사이트MBN '종합뉴스'


실제로 계부와 친모는 아이의 목에 쇠사슬을 채우고 난간에 자물쇠로 고정해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프라이팬에 손가락을 지지는 등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했다고 한다.


'미쓰백'을 본 이들은 어쩌면 이 사건의 결말조차 영화와 비슷하다고 느낄지 모른다.


영화가 더 앞서 만들어졌음에도 비슷한 이유는 하나다. 이 모든 건 지금껏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어딘가에 존재한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학대라는 덫에서 꺼내기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인사이트MBN '종합뉴스'


인사이트뉴스1


먼저 부모의 학대를 그저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남의 가정사에 끼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적 성향이다.


괜히 끼어들었다간 "내 자식 내 방식으로 키우는 게 왜 학대냐"란 소리나 들을 게 뻔하고, 현실적으로 아이에게 도움을 주기도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또한 아이는 학대에서 겨우 탈출하더라도 지옥 같은 가정으로 돌려보내지기도 한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일, 우리 모두가 어떤 아이에게는 '미쓰백'이 되어줄 수 있을까. 그러려면 사회적 제도부터 달라져야 한다.


인사이트JTBC '뉴스룸'


학대 피해 아동은 친부모라 하더라도 즉각 가정에서 분리해 보호해야 한다. 


가정으로 복귀하는 과정 역시 아이의 입장이 충분히 고려돼야 할 것이다.


학대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가정 내 지나친 체벌을 법으로 명확하게 금지하는 것도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


필자가 보기에는 영화는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인사이트영화 '미쓰백'


상아는 지은이를 돕다가 범죄를 저질러 다시 교도소를 갔고, 지은이는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가 지워지지 않은 듯 보였기 때문이다.


창녕 사건의 엔딩은 어떨까. 창녕 소녀는 아동복지전문기관에서 몸과 마음을 회복 중이다. 이후 '큰아빠네'라던 위탁가정에서 보호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소녀만큼은 어른들에게서 받은 상처를 깨끗이 지우고 누구보다 밝게 웃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