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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주신 자격증"...성폭행 저질러도 '의사' 계속할 수 있는 대한민국 의사면허증의 파워

일부 의사와 의대생들이 도덕적으로 추락한 모습을 보여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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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양천구 한 산부인과 의사가 진료를 받던 환자의 신체 부위를 불법 촬영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1년 넘게 산부인과에 근무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놀랍게도 이는 불법이 아니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마약 중독', '정신 질환', '의료법 위반' 등으로 인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다만 성범죄는 의사면허 취소 사유가 아니다. 성범죄를 저질러도 재판 중에는 영업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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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 의대생 1학년 50명과 2학년 41명의 학생들은 지난 3~4월 치른 의과대학 단원 시험에서 5~8명이 함께 모여 문제를 풀고 휴대전화를 이용해 정답을 공유했다.


생명을 다루는 학문을 배우면서 '단체 커닝'을 저질렀는데 학교는 이들에게 정학 대신 0점 처리를 주는 것에 그쳤다. 솜방망이 처분에 곳곳에서 '의대생 봐주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반성하기도 모자라지만, 일부 가담자는 교수가 시험 한 주 전 지나치게 많은 양의 시험 범위를 제시했다며 항변하기 급급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진짜'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충격적인 의사와 의대생들의 범죄 행각이 연일 들려온다.


일부 의대생은 커닝으로 몸살을 앓고, 일선의 의사들은 살인, 의료사고, 대리 수술, 성추행, 성폭행 등 범행 행각도 다양하다. 


이들의 도덕적 해이가 어디서 기인했는지 살펴보려면 조금 더 깊은 곳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의대생과 의료인들의 사건사고 뒤에 버티고 선 든든한 지원군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법이 앞장서 비도덕적인 의사들을 지켜주고 있는 형국이다. 의사가 살인, 강도, 성폭행으로 형사 처분 받아도 면허를 박탈할 방법이 없다. 대한의사협회는 문제가 있는 의사를 중앙윤리위원회에 회부하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다.


한번 취득하면 '평생직장'과 같은 효력을 지니는 의사 면허도 한몫한다. 의사면허는 '하늘이 내렸다'라고 표현할 정도이니 부연 설명이 필요할까.


나이가 들어 일선에 있기 어려워지면 또 어떠한가. 전문 경영인에게 의사면허를 빌려줘 '사무장 의사'라는 칭호 속에서 수익을 얻는다.


사무장 병원은 관리의 주체가 다르므로 의료인의 손을 벗어난 곳이 상대적으로 많아 프로포폴 등 부정부패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를 띤다. 이를 묵인하고 길을 터주는 것이 면허를 가진 의사들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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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면허가 가진 절대적 파워 이외에, 지나치게 자본주의화된 의사들의 정서도 권위를 떨어뜨리는데 한몫한다.


실제 의료인들이 꼽은 인기 학과 순위에는 이국종 교수가 속한 외과는 얼굴을 내밀지도 못한다. 상위권엔 항상 성형외과, 정형외과, 피부과 등이 오른다.


워라밸이 보장되는 인기 학과를 나열한 '피안성 정재영'(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이란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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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란 칭호가 어색해져버린 직군, 의사 신뢰 회복을 위한 해결책은?


일부 의료인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서는 성역이나 다름없는 의료인 면허 제도 수정이 선행돼야 한다. 


의사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회복하지 위해서는 성희롱 전과가 있으면 재판 중 의사 면허가 정지되고, 의료사고가 잦은 의사들의 면허 박탈이 쉬워지는 등 상식적인 법안이 들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비인기 계열의 처우개선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편중화 현상을 막기 위해 의과대학 입학 정원을 최소 500명 이상 증원하기로 했지만, 단순 의료 인력 증대가 문제의 방파제 역할을 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성형외과, 피부과 의사만 늘어나는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인기 계열 종사자에게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이처럼 처우개선이 우선돼야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물고를 틀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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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저지른 의사의 면허가 박탈되고, 생명을 구하는 직군에 있는 의사가 더 많은 임금을 받는다"


이런 당연한 것이 현실화될 때 의사에 대한 대중의 불신도, 땅으로 추락한 의사의 권위도 회복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며 의료진의 고생이 이어지고 있다.


더워지는 날씨에 방호복을 입고 땀범벅이 된 의사, 간호사들의 희생 어린 모습은 많은 이들의 존경심을 불러일으켰다.


고생하는 의료진들의 노고가 일부 몰지각한 의료인과 예비 의사들 때문에 흐려져서는 안 된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흙탕물을 만드는 꼴인데, 의사의 권위와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범법을 저지른 의사들에게 강한 처분을 내리는 법 제정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