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매 맞는 이웃집 아이는 때리는 아이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매 맞는 이웃집 아이는 때리는 아이 부모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인사이트뉴스1


[인사이트] 이유리 기자 ="한번도 남의 딸이라 생각해 본 적 없고, 제 딸로 생각하고 아직도 많이 사랑합니다"


지난 15일 9살 의붓딸을 상습적으로 학대해온 창녕 아동학대 계부가 취재진에 둘러싸이자 한 말이다.


계부는 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기자들에게 "(딸에게) 정말 미안하다"며 고개를 숙인 채 포토라인에 섰다. 


하지만 그의 무덤덤한 말투에는 전혀 반성하는 느낌이 묻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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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한 아이가 잠옷 차림으로 성인용 슬리퍼를 신고 도로를 달렸다. 시퍼렇게 멍이든 얼굴로 도망치듯 뛰어가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긴 인근 주민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발견 당시 아이의 얼굴은 처참한 모습이었다. 손가락은 심한 화상으로 지문을 알아볼 수 없었고 머리는 찢어져 피가 흘린 자국이 선명했다.


경찰 조사 결과 학대 가해자는 다름 아닌 아이의 친모와 계부로 밝혀졌고 두 부부의 학대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문에 가까웠다. 

 
부모는 고작 9살밖에 안 된 딸을 말을 안 듣는다며 며칠씩 굶겨왔고 쇠 파이프 등으로 때리기까지 했다. 심지어 물이 담긴 욕조에 얼굴을 넣고 숨을 못 쉬게 하거나 집안에서도 목줄을 채우는 등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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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가장 친밀해야 하는 친모 역시 계부의 이런 행동을 방조했고 한술 더 떠 딸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학대했다.


부모에게 사랑과 보호를 받아야 할 아이는 2년의 시간 동안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받으며 지옥과 같은 시간을 보낸 것이다.


계부가 불에 달궈진 프라이팬으로 손가락을 지지자 죽음을 직감한 아이는 필사적으로 탈출을 강행했고 결국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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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인 지난 4일 충남 천안에서 한 초등학생이 작은 여행용 가방에서 갇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가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친아버지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계모가 초등학생 아이를 좁은 여행용 가방 안에 7시간 넘게 가둔 것이다. 결국 9살 아이는 가방 속에 갇혀 두려움과 공포에 떨다 숨을 거뒀다. 


가해자인 의붓어머니는 "게임기를 고장 내고도 거짓말해 훈육 차원에서 그런 것"이라는 주장을 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평소에도 훈육을 이유로 여러 차례 학대한 정황이 드러났다.


창녕 사건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친아버지도 여행 가방에 감금되기 전부터 훈육을 이유로 아들을 때린 정황이 포착돼 현재 불구속 입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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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8 아동학대 주요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3만여 건으로 최근 5년간 학대로 숨진 아동은 132명에 이른다. 여기서 놀라운 점은 아동학대의 가해자의 약 80%가 부모라고 밝혀진 점이다. 


이번에 일어난 두 사건 모두 부모가 직접적인 학대 가해자라는 점, 그리고 훈육을 이유로 아이들에게 지속적인 폭력을 행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 부모들은 다른 문화권에 비해 유난히도 내 아이에 대한 소유 욕구가 강하다. 


일부 부모는 아이가 태어나는 순간 분리된 인격체라고 생각하지 않기에 자식을 본인의 소유물처럼 여기고 자신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권위의식이 있다. 


이런 잘못된 인식은 아이가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할 때 훈육을 이유로 쉽게 체벌이 용인된다. 부모 자신, 본인이 원인이 됐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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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과 천안에서 연이어 터진 아동학대 소식에 국민적 공분이 일어나자 법무부가 뒤늦게 칼을 빼 들었다. 민법에 명시된 자녀 징계권을 삭제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역시 국민 여론이 거세지자 국회의원들은 이제서야 숟가락을 얹으며 아동학대 재발 방지법을 잇달아 발의하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늦었지만 끔찍한 사건 이후 법 개정을 위한 논의와 공론화는 정말 환영할만한 하다. 하지만 법을 뜯어고친다고 해서 아동학대가 사라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법은 가장 마지막으로 사용돼야 하는 사회적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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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아동학대의 근본 해결 방법은 법 개정보다 특히 자녀에 대한 부모의 인식 변화라고 주장한다.


부모에게 아이는 부모의 소유가 아닌 동등한 인격체라는 것과 체벌이 곧 훈육이라고 생각하는 기존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법 제도의 마련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다.


학대를 막기 위한 관련 정책과 법제도의 시급한 개정이 필요하지만 아동학대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부모의 예방 인식 교육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