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코로나 환자들을 이송한 소방대원들은 구급차로 '1만 8천km'를 달렸다
코로나 환자들을 이송한 소방대원들은 구급차로 '1만 8천km'를 달렸다

인사이트뉴시스


[뉴시스] 이지연 기자 =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을 시기에는 도로에 구급차 외에 다른 차량은 한 대도 없었던 때도 많았어요. 도시 전체가 전염병을 앓고 있다는 생각에 무섭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대구 서부119구급대 김갑수 2팀장은 1일 오전 그간의 소회를 털어놓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졌던 당시 상황을 되돌아봤다.


지난 2월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확진자가 대구지역에서 첫 발생한 이후 70여일 지났지만 코로나19는 아직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의료진과 구급대원 등 방역 당국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대처로 확진자 감소 추세에 있지만 제2의 유행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안심하기에 이르다는 지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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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시민들의 느슨해진 경계심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코로나19 비상사태 제일선에 있던 구급대원들의 고충들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대구 서부소방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구급 출동은 580여건으로 누적 운행거리는 1만8000㎞에 달한다. 이는 서울과 부산까지 45번을 다닐 수 있는 거리다.


서부소방서는 대구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난 2월18일부터 대구지역 8개 소방서 중에서 가장 많은 구급차인 4대를 코로나 전담구급차로 지정하고 밤낮 없이 환자들을 이송했다.


서울·경기지역은 물론 전라도, 강원도, 부산·경남 등 전국으로 확진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원으로 이송했다. 인천공항에 있던 확진자를 대구로 이동시키기도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감염 보호복에 고글까지 착용하고 장거리를 운행하다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다. 고글과 방호복에 차오르는 습기와 답답함 때문에 2월말 쌀쌀한 날씨에도 에어컨을 켜고 운행하기도 했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장거리 운행에 대비해 물을 적게 먹는다거나 미리 화장실에 다녀오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해야 했다. 차량에서 최대한 내리는 일이 없어야 했기 때문이다.


장거리에 대비한 준비는 환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준비에도 비뇨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확진자 등 환자들이 급히 화장실을 찾는 경우가 종종 발생해 상황은 녹록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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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환자 경우 병원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음압텐트는 물론 차에서 내릴 수도 없기 때문에 구급대원이나 환자 모두 당황하게 된다. 다행히 미리 착용한 위생속옷의 도움을 받아 위기를 넘기기도 했다.


"고령 확진환자의 경우 증상이 급격하게 나빠질 경우도 있기 때문에 마냥 이송만 하는 것이 아니다. 차량 격벽 너머로 전화통화를 하며 환자 상태를 수시로 파악하면서 이동을 해야 했다"고 전했다.


새벽 장거리 출동은 다반사였다. 경기도 수원에 환자를 이송하기 위해 새벽1시에 이송준비를 시작하고 다음날 오전에야 돌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송하고 난 뒤에는 즉시 대원과 차량에 소독을 실시하고 감염접촉보고서 등 관련일지도 기록하는 등 빠듯한 생활을 이어왔다.


퇴근 이후에도 감염 전파를 우려해 소독을 철저히 하는 등 자가 격리에 가까운 생활을 지속해 왔다. 이런 노력으로 소방서 내에 코로나19 전파자나 감염자는 단 한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김갑수(47)·김성수(53)119구급대 팀장은 현재까지도 코로나19 확진자를 비롯한 의심환자를 60건 이상 이송하고 있다. 이들은 가족들의 감염 전파를 우려해 철저히 격리된 생활을 해왔다.


"퇴근하면 가족의 감염이 우려돼 집에 있으면서 3주 동안 마주보고 대화도 하지 않고 방안에만 있었다. 최대한 접촉을 줄이기 위해 아예 없는 사람으로 살았던 것 같다. 일회용접시로 밥을 먹기도 했다"며 고충을 털어놓았다.


아내가 임신 중인 김명규(30)소방사는 "오는 7월 출산 예정인 아내를 친정에서 지내게 하고 싶었지만 처제가 보건소에서 일하고 있어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어쩔 수없이 집안에서도 계속 마스크를 하고 있었고 각방을 쓰면서 철저히 자가 격리생활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구급대원 중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대원 대부분은 가족들을 처갓집으로 보내고 홀로 생활하며 영상통화 등으로 버텨왔다고 했다.


정해모 대구 서부소장서장은 "2월에서 3월로 넘어가는 시기 하루 신규 확진자수가 500명을 훌쩍 넘어 절망적이었을 때도 있었지만 대구 시민들이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고 이겨낸 것 같다"며 "그간 먼 거리와 잦은 출동에도 단 한 명의 감염자와 전파자 없이 훌륭하게 대처한 구급대원들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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