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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봉 감독 몸에서 기생충 '반지하 냄새'를 맡았던 SBS PD

한 SBS PD의 봉 감독과 관련된 일화가 조명받고 있다.

인사이트영화 '기생충' 


[인사이트] 전준강 기자 = 영화 '기생충'의 각본을 쓰고 메가폰을 잡은 봉준호 감독에 대한 찬사가 전 세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가 이룬 업적을 굳이 나열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봉 감독은 엄청난 전설을 써냈다.


누가 보아도 '역대급' 기록을 만들어낸 그를 향한 찬사는 오스카상 시상식이 끝난지 약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SBS의 한 유명 PD가 봉 감독의 아픔(?)이 담긴 이야기를 전해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팟캐스트 '씨네타운 나인틴'에서는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과 관련한 이야기를 특집으로 방송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이 방송에 출연한 SBS 이재익 PD는 봉 감독과 관련한 '냄새' 일화 하나를 전했다. 냄새는 기생충의 중심 소재이기도 하다.


그는 과거 봉준호 감독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영화 '플란다스의 개'가 쫄딱 망해 어렵고, 가난하게 살던 봉 감독을 만난 것이다.


그런 봉 감독이 자신의 옆으로 왔을 때 이 PD는 코를 강하게 찌르는 '냄새'를 맡았다. '가난과 무명의 냄새'라고 이 PD는 표현했다.


이 PD는 "'화성 연쇄 살인'과 관련된 영화를 만들겠다는 그를 보고 속으로 '망한 덴 다 이유가 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2001년인데, 칙칙한 옛날 이야기를 하는 게 못마땅했던 것이다.


인사이트영화 '살인의 추억'


봉 감독의 이야기를 듣눈둥마는둥 한 그는 봉 감독처럼 '냄새' 풍기는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라는 생각만 했다.


그러던 그는 2003년, 영화 '살인의추억'을 극장에서 봤다. 영화를 다 본 뒤 극장을 나서는 그의 머리에 떠오른 말은 딱 두 마디였다.


"이 영화가 지금까지 내가 본 한국 영화 중 최고다" , "앞으로 평생 나는 봉준호 감독을 응원할 것이다"


인사이트영화 '기생충' 


너무도 놀라운 완성도에 탄복한 이 PD는 부끄러움마저 느꼈다. 이 정도의 '계획'이 있는 사람을 두고 자신이 같잖게 깔봤다는 사실을 자책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기생충을 직접 보았던 이 PD는 다시 한번 부끄러움을 느꼈다.


이 PD는 "기생충에 '냄새' 이야기를 보고 너무 창피했다"라면서 "'난 그냥 자격 자체가 없었구나'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소회했다.


가난과 무명이 두려워 도전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걸 고백한 것이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무명의 가난하고 배고픈 봉 감독을 직접 보고 기생충의 그 '냄새'를 직접 맡아봤던 이 PD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남겼다.


"봉준호 감독님은 정말 모든 것을 누릴 자격이 있다"


한편 이재익 PD는 소설가이자 SBS 라디오 PD다. 총 14편의 장편소설을 출품했으며, 3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썼다. 


인사이트영화 '기생충' 흑백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