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민족 대명절' 설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뒤에서 눈물 흘리는 할머니·할아버지들
'민족 대명절' 설에 아무도 찾아오지 않아 뒤에서 눈물 흘리는 할머니·할아버지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뉴스1] 박하림 기자 = “자식도 많고 재산이 있어도 고독하기는 마찬가지인기라.”


26일 강원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 사는 김호영(가명·78) 할아버지는 5년 전 파킨슨병을 앓던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외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김 할아버지는 일평생 구남매를 키웠지만 그중 세 딸들은 명절에 시댁으로 간다는 이유로 일 년에 단 한 번도 들르지 않을 때가 많았다. 그나마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한두 아들들도 명절 때만 잠깐 들러 얼굴만 비추고 가는 게 전부였다.


남들은 ‘가진 게 없어 외롭다’고 하지만 김 할아버지의 입장은 정반대다. 김 할아버지는 평생 농사로 일궈온 수천 평의 땅이 있어 기초수급대상자에 해당되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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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낸 뒤 수년 동안 홀로 지내온 공허함은 그 어떤 것으로도 채울 수 없었다.


그는 30년째 당뇨병을 앓고 있는 데다 자식들한테 손을 내민 적도 없다보니 더더욱 가슴이 쓰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 할아버지는 “만일 자식들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살아가겠지만 자식이 숱하게 있는데도 이러니 마음만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하루는 윗동네 말벗과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내가 사흘 간 인기척이 없으면 죽은 줄 알라”고 말했던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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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읍 두문동에 사는 이영철(가명·85) 할아버지도 8년 전 치매와 뇌졸중으로 고생하던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생을 살아오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병든 아내를 위해 대소변까지 받아가며 7년 동안을 병간호했지만 결국 돌아온 건 자신의 신장에 생긴 이상신호였다. 아내가 하늘나라로 떠난 뒤 그는 7년 째 투석을 받고 있다.


이 할아버지는 “아내가 치매로 죽으니 나도 치매에 안 걸리려고 별짓을 다 한다”며 10여개의 목판과 성경, 전자피아노를 가리켰다. 4개 국어에 능통한 그는 평소 영어·중국어·일본어 성경을 읽고 가슴에 담은 구절을 목판에 새기며 고독을 떨쳐내고 있다.


이젠 눈귀가 어두워져 평소 잘 읽히던 피아노 악보도 흐려 보이고 보청기가 없으면 생활이 힘들 정도로 쇠약해졌다.


"자제분들은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큰 아들은 뭔가 잘못됐는지 오래전부터 소식이 없고 작은 아들은 경상도에 있어 어쩌다 한 번씩 얼굴만 비추고 간다”고 답했다.


화장실 변기는 얼어서 물이 내려가지 않았다. 그는 “혼자 살다보니 그러려니 하고 지낸다”며 멋쩍어했다.


이 할아버지는 현재 노인기초연금으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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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군 상동읍 내덕1리 도로 변에 있는 박연욱(가명·82) 할머니 댁은 낡은 지붕과 허름한 벽만 봐도 금방이라도 무너질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었다. 얼마 전 읍사무소에 슬레이트 지붕공사 지원을 신청했지만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


이곳엔 작은 단칸의 화장실조차 없다. 박 할머니는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종종 걸음으로 15분 동안 걸어야 나오는 공동화장실을 사용하곤 한다.


이곳에서 일평생을 살다 12년 전 남편을 여읜 박 할머니는 노인기초연금과 쓰레기를 줍는 노인일자리를 통해 간신히 생활을 꾸리고 있다.


박 할머니는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젊은 사람들 일자리 없어 애먹는데 고생만 시킨다”면서 “식당에서도 나이 많으면 안 쓴다고 하니 나이 많으면 아무짝에도 쓸데없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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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정선·태백·영월·삼척 폐광지역 4개 시군에 집계된 독거노인의 수는 총 1만6276명. 도내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고독사는 △2014년 38명 △2015년 54명 △2016년 67명 △2017년 73명 △2019년 128명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산기슭을 헤매다 만난 한 주민은 길 안내를 해주며 이런 말을 남겼다.


"노인네들은 자식들이 피치 못할 사정으로 고향 땅에 못 들러도 부모에게 따뜻한 안부전화 한통 드릴 줄 아는 진심어린 마음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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