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고시원에서 쓸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사진 한 장'
고시원에서 쓸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의 휴대폰에 저장돼 있던 '사진 한 장'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아빠가 죽었다"


난 아빠랑 떨어져 살아서 초등학교 이후로 본 적이 없다.


몇 년 만에 제일 먼저 본 얼굴이 영정사진이라니.


나는 어렸을 때 맞은 기억 밖에 안 나, 새벽에 도망간 기억밖에 없어.


당한 게 정말 많아서 아빠한테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정말 죽을 줄은 몰랐다.


그게 마지막일 줄은 더더욱 몰랐다.


인사이트Facebook 'yonseibamboo'


한 대학생이 고시원에서 홀로 쓸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쓴 편지의 일부분이다.

 

과거 연락을 끊고 살았던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전해 들은 대학생 A씨의 사연이 최근 여러 온라인 미디어에서 재조명하며 많은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어릴 적 A씨의 아버지는 폭력이 심했다. 매일 술에 취해 들어와 가족들을 때리고, 집안 물건을 깨부수기 일쑤여서 A씨는 그런 아버지가 원망스러웠다.


대학교에 진학한 A씨는 아버지와 연락조차 하지 않고 지냈고 가끔 아버지의 전화가 올 때마다 매번 무시해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어느 날 오랜만에 걸려온 아버지의 전화에 화가 난 A씨는 결국 아버지의 번호를 차단했고, 아버지가 '콱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라는 혼잣말을 했다.


그런데 그 다음날 아버지는 고시원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A씨는 "아빠가 정말 죽을 줄은 몰랐다. 그게 정말 마지막일 줄은 몰랐다"라며 "내가 그따위로 말해서 그렇게 된 걸까?"라고 자신을 책망했다.


고인의 화장이 끝난 후 A씨는 아버지의 유품을 가지러 고시원으로 갔다. 아버지가 지금껏 지내던 방을 본 A씨는 순간 가슴이 찡해졌다.


먹을 것도 하나 없고 있는 거라곤 낡은 노트북과 고시원 사장님이 건네주신 USB뿐이었다. A씨는 "절대 사람 사는 꼴이 아니었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타인은 지옥이다'


아버지의 USB 속엔 이력서 2장이 저장돼 있었다. 아버지가 새 직장을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이다. 그밖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공부했던 책이나 메모장도 발견됐다.


A씨는 "밥도 제대로 못 먹던 산송장이 그래도 살아보려고 이력서를 썼던 거다"며 "메모장도 변변치 못하게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메모지에 이것저것 써놨는데 그게 사람 마음을 후벼 판다"고 했다.


남겨진 아버지의 휴대전화에는 A씨의 사진이 한 장 들어 있었다. 평생 아버지와 함께 사진을 찍은 적도 없고, 셀카를 보여준 적도 없던 A씨는 깜짝 놀랐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A씨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몰래 저장해두고, 지인들에게 "우리 아이가 좋은 대학에 붙었다", "너무 잘 커 줘서 자랑스럽다"라며 칭찬을 하고 다녔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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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아버지의 마음을 알아챈 A씨는 "그냥 얘기할 걸 그랬다. 대학 어디 가는지 말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라며 "사진도 그냥 보내 줄 걸 그랬다"라고 지난날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들을 반성했다.


이어 "대학교 입학식 날 아빠가 찾아왔을 때 한 번이라도 만나 볼 걸 그랬다"라며 "최소한 카톡 답장이라도 할 걸 그랬다"라고 마음 깊게 후회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고모와 친척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모두 소리 내 울었다. 하지만 정작 A씨는 아버지와의 좋은 기억이 없어 눈물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A씨는 "죽은 아빠를 추억할만한 좋은 기억들이 단 하나도 없는 내 처지가 너무 비참하다"라고 털어놨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이어 "고모가 너무 아빠를 미워하지 말라고 했다"라며 "이미 간 사람이니 맘에 담아둔 게 있으면 용서해라, 불쌍한 놈이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A씨는 하늘나라로 먼저 떠난 아버지께 진심 어린 마지막 인사를 전달했다.


"그래 아빠 사과받은 걸로 할게. 다 용서할 테니까 미련 없이 가. 거기서는 평생 갖고 살던 열등감, 자괴감 다 버리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외롭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


인사이트Facebook 'yonseibamboo'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A씨의 절절한 마음에 가슴 아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누리꾼들은 "폭력적이어도 놓을 수 없는 가족의 끈이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아버지를 용서한 만큼 남은 인생은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하길", "썩어 뭉그러진 감정이 이제는 평온했으면 좋겠다" 등의 진심 어린 위로를 건넸다.


한편 해당 글은 2017년 연세대학교 대나무숲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 온 글이며, 이후 SNS상에서 누리꾼들이 공유하며 지금까지도 많은 이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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