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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군으로 복무하고 싶다" 얼굴 공개하며 '전역' 거부한 성전환 부사관

22일 변희수 하사가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얼굴을 공개하고 심경을 토로했다.

인사이트뉴스1


[뉴스1] 서혜림 기자,류석우 기자 = 군복무 도중 성전환 수술을 받고 심신장애 전역 대상자로 결정된 변희수 하사가 "어린시절부터 군인이 꿈이었으며 여군으로 남고 싶다"고 호소했다. 실명과 얼굴이 보도되어도 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괜찮다. 육군에 돌아갈 그날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변 하사는 군인권센터가 22일 오후 4시30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연 '트랜스젠더 변희수 하사 전역 결정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나와 "인권친화적으로 변모하고 있는 군에서 나를 포함해 모든 성소수자 군인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에서 각자 임무와 사명을 수행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훌륭한 선례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변 하사는 입원 치료중인 국군수도병원에서 나와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군복을 입고 기자회견장에 등장한 변 하사는 거수경례에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소회를 밝히는 발언문을 읽어나갔다. '왜 군인이 되고 싶었는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지, 왜 군에서 자신을 받아줘야하는지'를 간절하게 밝혔다.


그는 "어린시절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고향과 멀리 떨어진 부사관 특성화고등학교를 찾아 진학, 소정의 교육을 받았다. 이어 부사관학교의 힘들고 고된 훈련 과정을 거친 뒤 엄격한 심사과정을 통해 부사관으로 임명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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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하사는 "젠더 디스포리아(성별불일치)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복무를 하는 동안 하루하루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너무 간절한 꿈이었음에도 이대로라면 더 이상 군복무를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게 됐다"며 "그럴 때마다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국가에 헌신하는 군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생각하며 이겨냈다"고 밝혔다.


또 "마음이 임계치에 다다랐고 결국 어려운 결심을 통해 수도병원 정신과를 통해 진료를 받기로 결정했다"며 "수도병원에서는 상담을 통해 자신이 마음에 두고 있던 짐을 적극 해결하려는 자세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며 이후 성별정정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변 하사는 소속 부대원들과 나눈 이야기를 말할 때 슬픔을 참지 못하고 울먹였다. 그는 "소속부대에서 정체성을 밝히는 것은 어려웠지만 마음은 후련했다"며 "제 이야기를 듣고 제 결정을 지지하고 응원해줬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 "그 동안의 군 생활 모두가 순탄하고 훌륭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면서도 "초임 하사 시기 혼란한 마음으로 방황을 했지만 결심이 선 후부터는 주특기인 전차조종에서도 기량이 늘어 전차조종 A성적을 받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군생활을 회고하는 중에는 감정이 복받쳐 울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변희수 하사는 "이 자리를 빌려 응원해준 소속 부대장님과 군단장님, 부대원, 전우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린다"며 "계속 복무를 할 수 있게 된다면 저는 용사들과 같이 취침하며 동고동락하며 지내왔고 그 생활을 직접 경험한 유일한 여군이 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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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저를 포함해 군이 트랜스젠더 군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미처 되지 않았음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제가 사랑하는 군은 계속 인권을 존중하는 군대로 진보해나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고 말했다.


변 하사는 "수술을 하고 계속 복무를 하겠느냐 부대 재배치를 원하느냐는 군단장님의 질문에 저는 최전방에 남아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는 답을 했다"며 "저의 성별 정체성을 떠나 제가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다"며 기회를 달라고 다시 호소했다.


변 하사는 준비한 발언문을 다 읽고 '저는 대한민국 군인'이라고 말하며 경례하며 다시 울먹거리기도 했다.


육군은 이날 오전 변 하사에 대한 전역심사위원회를 연 뒤 "군인사법 등 관계 법령상 기준에 따라 계속 복무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며 전역을 결정했다. 군인권센터측에 따르면 육군본부는 국군수도병원에 입원 중인 변 하사에게 23일 즉시 군을 떠날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변 하사는

24일 오전 0시를 기회 민간인 신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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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 하사는 질의응답 시간에서 처음부터 커밍아웃을 할 결심이 있었냐는 질문에 "군 생활을 하면서 커밍아웃을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며 "우울증이 심화해 수도병원에 입실했는데 담당 간호장교가 저에게 밝히는 것이 도움될 수 있다고 이야기했고 커밍아웃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또 소속부대에서 응원해준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질문에 "수도병원 퇴원 직전에 부대 간부들이 면회를 왔고 이 사실을 부대에 알리고 커밍아웃을 했다"며 "부대에서는 이후 바로 현역부적격 심의를 올려서 전역시킬 수 있었지만 대대장, 여단장, 주임원사님도 군 생활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제 뜻을 알아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복무 중 호르몬 치료나 정신 치료를 받고 어려운 점이 없었는지를 묻자 그는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서 체력이 떨어지긴 했지만 극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했다"며 "2018년 4월부터 (호르몬) 치료를 했고 그럼에도 체력검정도 합격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군으로 재입대를 희망하냐'는 질문에 그는 "대법까지 가서 (전역) 판결이 난다면 (재입대에) 끝까지 도전할 것"이라고 답했다. 또 군인이 되고 싶었던 계기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젠더 디스포리아 문제가 있었는데, 옳지 않다고 생각해서 억누르면서 남성적인 취미 활동을 했다"며 "독도 등 집회에 참석해서 애국심이 함양됐고 군인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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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역 결과를 통보받은 후 소속부대에서 연락을 받았냐는 질문에 그는 "방금 전에 주임원사와 통화했는데 '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과를 예상했냐'는 질문에 "아침에 전심위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설마 진짜 이런 마음 밖에 없었다. 소속부대에서 '수술을 받고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어봐서 최전방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며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육군을 믿었고 심사를 받고 나서도 믿었지만 희망은 산산조각 났다"고 침통해했다.


아울러 이름과 얼굴을 공개한 심경을 묻자 "저 하나가 희생된다면 60만 국군에 있는 저와 같은 성소수자들이 국가를 지키고 싶은 (마음) 하나만 있으면 복무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 수 있으면 괜찮지 않냐는 생각에 모든 것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변 하사는 가족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달라는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겠다"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