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동물 살리려고 수의사 됐는데 '살처분'해야 되자 눈물 흘린 수의사
동물 살리려고 수의사 됐는데 '살처분'해야 되자 눈물 흘린 수의사

인사이트EBS '다큐 시선'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아픈 동물을 치료하고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의사가 된 남자.


그러나 가슴 아픈 현실을 보고, 경험하며 평생 씻을 수 없는 죄책감을 갖게 됐다.


최근 방송된 EBS '다큐 시선'에서는 소와 돼지 같은 큰 동물을 치료하는 이제인 대동물 수의사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어릴 적 소 농장을 하는 아버지 밑에서 자라 온 이제인 수의사에게 소는 친구나 다름없었다. 그는  아픈 '친구'를 치료하고 싶어 수의사가 됐다.


인사이트EBS '다큐 시선'


그러나 이제인 수의사의 앞에는 구제역이라는 재난이 기다리고 있었다. 때는 2017년 1월. 그의 악몽이 시작됐다.


당시 이제인 수의사는 최초 구제역이 발생한 충청북도 보은군의 살처분 작업에 투입됐다.


살처분이란 특정 질병의 발생 시 감염 동물 및 접촉 동물, 전염 가능성이 있는 동물을 죽이는 가장 강력한 조치를 말한다.


이때 보은에서 살처분된 소는 1천여 마리. 그 중 이제인 수의사가 직접 살처분한 소는 900마리다.


인사이트EBS '다큐 시선'


이제인 수의사는 "소들이 살처분 주사를 맞으면 보통 1분 이내에 기립불능 상태에 빠지게 되고 수분 이내 숨을 거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소가 여기에 해당하진 않는다. 간혹 특이체질이거나 몸무게가 많이 나가면 기립불능 상태에 빠졌다가도 10~20분 후에 다시 일어나기도 한다.


이제인 수의사는 "100마리 가까이 다 누워있던 사이에서 한 마리의 소가 일어나서 걸어온다"며 "자기도 살려고 일어나서 걸어오는 걸 보니까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저 정도의 의지면 '구제역도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긴다"고 가슴 아파했다.


그날의 죄책감은 몇 년이 지나도 씻기지 않는다고 한다.


인사이트EBS '다큐 시선'


이제인 수의사는 아무것도 모르는 눈망울을 한 소들 위로 흙더미가 쏟아질 때마다 '정말 이 방법밖에는 없는가. 이 세상 어딘가에는 살처분 말고 더 나은 방법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인 수의사는 "나는 어쨌거나 소를 살리려고 하는 사람인데 왜 죽이고 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며 끝내 고개를 숙였다.


오늘도 이제인 수의사는 다짐한다.


앞으로 이 손으로 아픈 소를 살려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소를 살려야 이 업보가 좀 덜어질까.


마지막을 지켜줄 수 있는 수의사가 되자.


YouTube 'EBSDocumentary (EBS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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