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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 시도 실패해 '자살방조미수죄'로 법정 선 청년들에게 판사가 건넨 3가지 선물

지난 5일 형사11부 박주영 부장판사는 자살방조미수 혐의로 기소된 두 청년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어린 시절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무관심 속에서 외롭게 성장한 한 청년.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어머니마저 지병으로 사망하자 그는 삶의 의지를 완전히 잃어버렸다.


곁을 지켜줄 친구마저 없었던 청년은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마음먹고 SNS를 통해 뜻을 함께할 또 다른 청년들을 만났다.


'죽음'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만난 청년들. 이들은 울산의 한 여관방에 모여 눈을 감았다.


그러나 하늘의 뜻이었을까. 청년들은 모두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곳에서 진정한 위로를 받고 돌아갔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7일 울산지법에 따르면 지난 5일 형사11부 박주영 부장판사는 자살방조미수 혐의로 기소된 두 청년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박 부장판사는 이들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삶의 끝에서 가까스로 살아 돌아온 이들을 위한 편지였다.


박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에게 전하는 간곡한 당부다"며 말문을 열었다.


인사이트박주영 부장판사 / 뉴스1


그러면서 "보르헤스라는 유명한 작가는 우주를 도서관에 비유했다. 우주가 도서관이라면 우리 모두는 한 권의 책으로, 한 번 시작된 이야기가 허망하게 도중에 끝나서는 안 된다"며 "우리들이 여러분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게 된 이상 여러분 마음대로 이야기를 끝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우리 모두가 이들의 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또 아름답고 감동적이기를 기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강제로라도 장기간 구금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했다"며 "스스로 생을 포기하려고 한 깊은 고뇌와 참담한 심정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 더 좋은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니 아직 오지 않은 날을, 앞으로 누릴 날을 생각하길 바란다"고 용기를 북돋웠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박 부장판사는 이들에게 '팔과 다리의 가격', '그러니까 당신도 살아'라는 제목의 책을 직접 골라 선물하기도 했다.


또한 멀리 떨어진 집까지 가야 하는 피고인에게는 사비로 차비 20만 원을 챙겨주기도 했다.


진정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응원까지 받은 두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반성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