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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인 응급실에서 의료진과 환자들이 아무 말도 못하는 유일한 순간

늘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응급실에서도 정적이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전형주 기자 = 주말 병원의 응급실은 늘 북새통을 이룬다. 생명이 분초를 다투는 환자가 수두룩하고, 손이 부족한 의료진은 발만 동동 구른다.


응급실에 덜 아픈 환자는 없다. 환자 다수는 심박이 정지된 환자를 보고도 크게 상심치 않고, 의사를 부르짖느라 여념이 없다.


의사가 오지 않는다면서 진상을 피우는 환자도 많다. 환자와도 얼굴을 붉혀야 하는 주말 응급실은 고난의 연속이다.


그런데 소란스럽고, 혼란하기만 한 응급실도 가끔 고요해진다고 한다. 연고도 모르는 아이가 절명하는 순간이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최근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 근무하는 김호중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응급실에도 정적이 찾아온다"고 밝혔다.


김 전문의에 따르면 이 정적은 예고도 없이 찾아왔다. 유독 환자가 많았던 어느 날 어김없이 비명에 쫓기고 있던 그는 다소 낯선 정적에 고개를 돌렸다.


응급실의 한쪽에서는 유치원에 가다 사고를 당한 아이가 실려 와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동료 의사는 아이의 맥과 호흡이 잡히지 않자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아이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아이의 맥박이 끊기자 그 시끄럽던 응급실은 일순간에 고요해졌다. 밀려오는 통증에 신음하던 환자도, 목소리가 쉬도록 의사를 부르짖으면서 진상을 피우던 환자도 모두 입을 다물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숨진 아이의 가방에서는 부모님의 사진과 아이가 그린 그림 한 점이 나왔다. 평범한 아이에게 닥친 불행치고는 너무 가혹했다. 


김 전문의는 "의사로서 가장 힘들었던 사망 선고였다"며 "아이가 숨지고 나서야 뒤늦게 부모가 응급실을 찾아왔는데 그 표정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응급실 등 병원에서 진상을 피우는 환자는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2017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료진의 69.5%는 환자에게 인권을 침해당한 경험이 있었다.


지난해 말에는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교수가 환자에게 살해되기도 했다. 이 환자는 조현병과 우울증을 앓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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