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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대배치 때 취미 '달리기' 적었다가 매일 아침 5Km씩 구보하게 된 신병

딱히 취미가 없었던 한 신병은 신상명세서 취미란에 구보라고 적었다가 마라톤을 즐기는 주임원사에게 발탁돼 군 생활 내내 5km 달리기를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푸른거탑'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한 신병이 자대배치를 받고 신상명세서를 쓰게 됐다.


수많은 공란 가운데 '취미란'이 있었다.


딱히 떠오르는 취미가 없었다. 그래서 "적을 게 없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좋아하는 운동이라도 적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평소 운동을 즐기지 않았던 이 신병은 한참을 고민하다가 '구보'라고 적었다. 훈련소에서 매일 아침 하던 그 구보가 떠올라서였다.


때마침 한 사람이 찾아와 신상명세서에 적힌 '구보'라는 취미를 보았다. 알고 보니 그는 군 복무기간만 30년에 이르는 사단 주임원사로 '마라톤'을 즐기는 무서운(?) 사람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푸른거탑'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잊지 못할 군 생활을 보낸 예비역 2년 차 A씨의 이야기가 공개됐다.


이야기에 따르면 그날 주임원사와 마주친 우연은 A씨의 군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놨다. 


주임원사는 A씨를 자신의 사무실인 주임원사실에서 근무하게 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던졌다.


"야 인마, 너는 앞으로 내가 매일 좋아하는 구보 시켜줄게!"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진짜 사나이'


그렇게 A씨의 군 생활은 구보와 함께 시작됐다.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나 7시 30분부터는 주임원사와 함께 매일 5km씩을 뛰고 함께 샤워를 했다.


주임원사의 페이스를 오기로 따라 달리기를 1년 가까이 하자 상병 때부터는 주임원사의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6개월이 지나서는 배낭을 메고도 달릴 수 있는 강철 체력을 가지게 됐다. 


그의 구보는 휴가 때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휴가 전날 주임원사는 "오늘 당직사령한테 말해뒀으니 내일 아침에도 연병장 뛰어라. 야 인마 내가 너 좋아서 챙겨주는 거야!"라고 말했다. 


주임원사의 정이 넘치는 배려에 A씨는 휴가 전날에도 혼자 5km 달리기를 하고 부대를 나섰다. 결국 A씨는 3km 달리기도 11분대에 뛸 수 있을 만큼의 '구보 왕'이 되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MBC '진짜 사나이 300'


하루는 신병이 물었다. "병장님, 병장님은 왜 맨날 뛰시는 겁니까?"라고.


그때 A씨는 그리스로마신화에서 신들의 비밀을 폭로한 죄로 평생 바위를 굴리게 된 시시포스를 떠올렸다. 


"나는 시시포스의 형벌을 받고 있단다. 취미를 잘못 적은 죄로..."


그에게도 시간은 흘러 전역 날은 다가왔다. 군 생활 내내 함께 달리던 주임원사는 전역 전날 술을 사줬다. 


술을 마시고 일어난 전역 날에도 그는 어김없이 구보를 뛰었으나 다행히 3km만 뛰었다. 군대에서의 마지막 구보를 뛴 A씨를 향한 주임원사의 배려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tvN '푸른거탑'


함께 샤워까지 마치고 가려는 찰나 주임원사는 "전역하고도 건강하게 살아라"라며 아식스 러닝화를 건넸다. 선물을 받은 A씨는 지난날이 떠올랐는지 갑자기 눈물이 터졌다고 전했다.


"경상도 남자는 그렇게 함부로 우는 거 아니야 인마" 


이날 눈물을 끝으로 2년 동안 매일 달리기를 했던 A씨의 군 생활이 끝이 났다. 


지난날을 회상한 A씨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주임원사와 종종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전역 후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뛰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