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 취객 구하러 뛰어내린 26살 한국인 청년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인사이트] 석태진 기자 = 18년 전인 2001년 1월 26일 일본 신오쿠보역에서는 술에 취한 한 일본인이 지하철 선로에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한 그를 구하기 위해 두 사람이 달려들었다. 선로에 뛰어내린 이들은 그를 일으키려 노력했지만 결국 빠져나오지 못했다.

일본인을 선로에서 끌어올리던 남자의 정체는 한국인 청년 이수현 씨였다.

벌써 18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의인' 이수현 씨에 대한 사연은 일본과 한국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좌) 영화 '너를 잊지 않을 거야' (우) 故 이수현 씨 / 도요게이자이

당시 고려대학교 무역학과를 휴학하고 일본 도쿄에서 유학 중이던 이수현 씨.

일본어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 최상위 성적을 내고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던 이수현 씨의 당시 나이는 26살이었다.

그러던 그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 찾아온다.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기숙사로 돌아가던 중 신오쿠보역 선로에 추락한 일본인 승객을 발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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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씨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선로에 뛰어들었고 그를 따라 일본인 카메라맨 세키네 시로 씨도 뛰어내렸다.

하지만 세 사람은 선로를 빠져나오지 못한 채 열차에 치여 숨지고 말았다.

이기주의가 팽배해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고 몸을 던진 사례가 거의 없던 일본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외국인 유학생이 죽음을 무릅쓰고 자국인을 구하려 선로에 뛰어들었다 사망했다는 사연에 큰 감동을 받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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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빈소에는 모리 일본 총리와 후쿠다 야스오 관방장관 등이 찾아와 일본 정부를 대표해 조의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이수현 씨의 할아버지는 일본 탄광에 끌려갔던 강제집징 피해자였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더 큰 충격을 안겼다.

하지만 '그 부모에 그 자식'이라는 말처럼 이수현 씨의 어머니는 "평범한 사람 누구라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내 아들과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아들의 희생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NHK

이후 일본은 매년 이수현 씨를 추모하기 위한 행사를 진행해오고 있다.

지난 16일 역시 '한일 무역 분쟁'을 비롯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독도 영유권' 등 최악의 한일관계에도 부산 일본인회 관계자들은 이수현 추모비를 찾아 헌화하고 떠났다.

한편 이수현 씨의 이야기는 지난 2008년 한일 합작 영화인 '너를 잊지 않을 거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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