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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망친 삼수생 딸은 엄마가 보낸 문자를 보고 한참동안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세 번째 수능 시험을 망친 삼수생 딸은 엄마의 긴 문자 메시지를 보고 끝내 오열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엄마는 네가 명문대에 가지 않아도 행복하면 좋겠구나"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순간으로 군 입대만큼 많이 꼽히는 시기가 고3이다.


이 고3 수험생 생활을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이나 경험한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가장 빛나는 20대 시절 대부분을 공부에 쏟아부었다는 의미나 마찬가지일 테다.


세 번째 수능을 치른 삼수생 A양은 마킹을 마친 후 직감했다. 올해도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없겠구나.


수능 당일인 그날따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변명도 할 수 없었다. 벌써 3년째 기다려준 부모님의 얼굴을 볼 생각에 눈앞이 아득해졌다.


A양은 집으로 돌아가 "시험 잘 봤어?"라고 쉽사리 물어보지도 못한 채 자신만 바라보고 서 있을 부모님의 눈동자를 마주할 자신이 없었다.


인사이트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뉴스1


결국 밤늦은 시간에 집으로 돌아간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길을 애써 피한 채 방으로 들어가 온종일 나오지 않았다.


밥도 먹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흐느끼는 딸에게 엄마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고민했을 테다.


엄마는 긴 고민 끝에 답을 내렸다. 긴 문자로 마음을 전하자고.


"사랑하는 딸아, 너의 세 번째 수능이 끝났구나. 수능날 축 처진 어깨를 하고 들어온 딸의 모습을 보며 누구보다도 마음고생이 심했을 걸 생각하니 눈물이 나더구나. 엄마, 아빠는 네가 명문대에 가지 않아도 좋다. 아니 대학을 가지 않아도 좋다. 네가 행복할 수 있는 길이 있다면, 너의 결정을 존중할 생각이야. 넌 인생의 낙오자가 아니다. 그저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하며 남들보다 조금 늦게 시작할 뿐이야. 딸 대학 가면 등록금 하려고 엄마랑 아빠가 모아둔 돈이 있는데, 딸이 원한다면 이 돈으로 여행을 보내주고 싶구나. 세상은 넓고 볼 것도 먹을 것도, 느낄 것도 많단다. 누구보다 너를 사랑하는 엄마가."


엄마가 보낸 글자에는 사랑이 녹아났다. 이후 A양의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아마도 그는 눈물을 멈추고 다시 길을 나섰을 것이다.


그 결정이 어떤 것이든, 부모의 신뢰와 응원을 등에 업은 그는 분명 행복할 테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재조명된 A양의 사연에 수능을 앞두고 있는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았다.


12년간 받았던 정규 교육의 종착역이라 불리는 대학수학능력시험. 하지만 그게 인생의 전부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대도서관은 고등학교 졸업생 신분으로 연간 수억 원의 수익을 내는 크리에이터로 성장했다.


오정구 삼성화재 상무 역시 고등학교 졸업자이지만 세계적인 대기업의 고위직에 올랐다.


예술계는 어떨까.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디자이너, 미술가, 음악가들이 정규 교육을 받지 않고도 명성을 떨치며 활동하고 있다.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은 일생일대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다. 그것을 부인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대입 실패가 곧 인생 실패로 직결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수험생들이 수능 성적이란 결과 앞에서 인생을 섣부르게 속단하지 않기를, A양 엄마와 같은 수많은 어른들은 올해도 기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