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임대 아파트 애들하고 같이 있기 싫어" 집에서 먼 초등학교로 전학가겠다는 요즘 아이들
"임대 아파트 애들하고 같이 있기 싫어" 집에서 먼 초등학교로 전학가겠다는 요즘 아이들
입력 2019.08.20 17:15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사이트] 김남하 기자 = "엄마 나 전학 가고 싶어 '휴거충' 애들이랑 같이 다니기 싫단 말이야"


'휴거'(휴먼시아 거지), '200충'(월수입이 200대인 가정), '기생수'(기초생활수급자). 이 단어들은 모두 몇 년 전부터 일부 지역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말이다.


실제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이 친구 문제 때문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고 싶어 한다"란 내용의 사연 글이 올라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해당 글 작성자 A씨는 "얼마 전 아들이 집에 오자마자 소리를 질러가며 대뜸 '휴거 애들 때문에 전학 가고 싶다'면서 칭얼대더라"고 적었다.


휴거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임대 아파트 브랜드 '휴먼시아'와 '거지'가 조합된 신조어다. 즉 임대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을 비하하는 용어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아들에게 직접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이는 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친구들과 같은 학교에 다니기 싫다는 이유로 전학을 요구하고 있었다.


자신이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알고 보니 '휴거'였고, 이러한 탓에 '배신감'까지 들게 됐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아이들이 '끼리끼리' 문화에 젖어들어, 다른 아이들을 배척하는 것이다.


학력이나 재력, 권력에 따라 세상을 차별적으로 바라보는 어른들의 잣대가 아이들에게 그대로 적용된 셈.


최근에는 한 브랜드 아파트 학부모들이 혁신초등학교로 배정된 통학구역을 변경해달라며 소송을 냈다가 패소한 사실이 논란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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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표면적으로는 통학로의 전자파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한다는 것, 그리고 아파트에서 자신들이 요구한 학교의 거리가 더 가깝고 안전하다는 점을 들어 통학구역 변경을 요구했다.


학부모들의 주장은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들의 주장은 '명분'일 뿐, 통학구역 변경 요청의 실제 이유는 혁신학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됐다"는 목소리를 내비치기도 했다.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획일적 커리큘럼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공부 분위기 조성이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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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들이 거부한 학교가 임대아파트 단지와 같은 학군으로 묶이는 데 대한 거부감도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이 브랜드 아파트는 올해 2월에 신축돼 해당 지역 학군 아파트 중 가장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어른들의 이기적인 사고방식이 나아가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까지 병들게 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어른들의 이같은 '끼리끼리' 문화가 아이들에게까지 침투했고 결국에는 아이들이 먼저 편가르기를 하는 행태가 나타난다고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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