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비가 되어 종종 찾아갈게"···죽음 앞둔 인하대생이 헤어진 연인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비가 되어 종종 찾아갈게"···죽음 앞둔 인하대생이 헤어진 연인에게 남긴 마지막 편지
입력 2019.06.21 13:45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오직 그대만'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다음 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원인도 고칠 방법도 없는 희귀성 질환을 앓고 있는 인하대학교 대학생 A씨는 수술대에 오르기 전 '사망동의서'를 썼다. 


매번 수술할 때마다 쓰게 되는 사망동의서지만 어쩌면 진짜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 떠오른 사람은 그동안 평탄치 않은 삶을 살아온 자신을 웃게 해준 여자친구였다. 


그는 "안녕. 너에게 건네는 인사가 이제는 조금 낯설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아마 이번 인사가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어서 그런가 보다"라며 긴 글을 써 내려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오직 그대만'


지난 15일 페이스북 페이지 '인하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익명의 대학생 A씨의 편지가 공개됐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 웃는 모습에 반했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따뜻한 온기에 반했고 그렇게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이미 너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더라"


수술을 앞둔 A씨는 그와의 추억을 첫 만남부터 회상했다. 


태생이 평범하지 못해 항상 평범한 삶을 원해왔다는 A씨는 자신에게 와준 여자친구를 '신이 나에게 준 기회'라고 표현했다. 


A씨는 "신이 준 그 기회를 잡을 수 있어서 가장 행복한 일 년을 보냈다"라며 여자친구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오직 그대만'


이상하리만큼 여자친구와의 행복한 삶이 이어지던 그때 그의 몸에는 원인도, 고칠 방법도 없는 병이 찾아왔다.


평범한 삶을 잃어버리게 된 순간에 그의 머리를 스친 건 여자친구였다. 


여자친구의 평범한 삶까지 빼앗고 싶지 않았던 A씨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나쁜 말과 행동으로 여자친구를 밀쳐냈다. 


그는 "생살을 떼어내는 것보다 아픈 일. 너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라며 여자친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내 사랑 내 곁에'


그러면서 자신의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사실 무서웠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내 곁에 꼭 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네가 없는 그 새벽이 내 코에 호스를 꽂고 몸에 주사 구멍을 서너개씩 내는 그 순간보다 아팠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 A씨에게는 여자친구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겼고 내년이면 유학도 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A씨는 그에게 "고맙다"라는 한 마디만은 들려주고 싶었나 보다. 


그는 "세상에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 내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사랑뿐이라고 알려준 너를 아마 난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러니 다음 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나는 비가 되고 눈이 되어 종종 너에게 찾아갈 테니 너는 그저 행복만 해라. 이제 진짜 안녕, 안녕"이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아래는 A씨의 글 전문이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안녕. 너에게 건네는 인사가 이제는 조금 낯설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아마 이번 인사가 정말 마지막일 수도 있어서 그런가 보다. 너를 처음 만났을 때는 웃는 모습에 반했고 두 번째 만났을 때는 따뜻한 온기에 반했고 그렇게 정신 차리고 보니 나는 이미 너를 온전히 사랑하게 되었더라.

나는 태생이 평범하지 못해 항상 평범한 삶을 원해 왔고 평범한 사람을 만나 평범하게 사랑하고 늙어가는 그런 인생을 꿈꿔왔다.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는 내가 안쓰러웠는지 신은 나에게 너라는 기회를 주었다. 다행히도 나는 그 기회를 잡았고 내 삶에 있어 가장 행복한 일 년을 보냈다.

두 사람이 서로를 동시에 바라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나는 너의 눈동자에 비친 내 모습을 볼 때면 내 자신이 얼마나 기특했는지, 아마 너는 영영 모를 테지.

나는 무굔데 너를 만나 신이 진짜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틀에 한 번꼴로 했다. 그리고 우리가 헤어졌던 그 날, 누군가를 그리 미워해 본 적 없는 나는 신을 진심으로 미워하기 시작했다.

어쩐지 너무 잘 흘러간다 했던 내 인생에 희귀성 질환, 원인도 고칠 방법도 없는 병이 자리 잡았고 그걸로서 내 삶은 평범해질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졌다.

너는 아직도 모른다. 내가 너 없는 밤에 얼마나 많은, 그 쓰디쓴 글자들을 삼켜냈는지. 그렇게나 우는 너를 두고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못되게 구는 것 뿐이라는 게 생살을 떼어내는 것보다 더 아프다는 것을 너는 지금도 모른다. 네가 보면 변명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

내가 여전히 사랑하는 너는 그렇게나 아픈 눈을 하고 이유를 물었지만 감히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사실 수백번 고민했다. 그러나 말하고자 하는 그 글자들에 가시가 돋아 내 목구멍을 아주 따갑게 만들었고 견뎌내야 할 너를 생각하면 그 가시 돋은 말들을 다시 삼켜낼 수밖에 없었다.

이왕 쓰는 김에 더 솔직해져 보자면 무서웠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내 곁에 꼭 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네가 없는 그 새벽이, 내 코에 호스를 꽂고 몸에 주사 구멍을 3~4개씩 내는 그 순간보다 더 아팠다.

시간이 꽤나 지난 지금의 너는 곁에 새로운 사람도 있고 내년이면 유학도 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감이지만 나는 오늘 사망동의서를 쓰고 왔다. 긴 시간 동안의 싸움 끝에 마지막 싸움을 해보려 한다. 매번 수술대에 오를 때마다 쓰는 동의서지만 이번만큼은 그 의미가 달랐다. 동의서 내용을 천천히 읽고 어쩌면 진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을 때 부모님께 죄송하지만 네가 제일 생각이 났다. 아니 사실 작은 세포 덩어리와 싸우는 기간 내내, 너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는 너를 잊은 적이 하루도 없다.

고맙다. 평범하지 않은 내게, 세상에 사랑은 없다고 생각한 내게,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사랑뿐이라고 알려준 너를, 아마 난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다음 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 나는 비가 되고 눈이 되어 종종 너에게 찾아갈 테니 너는 그저 행복만 해라. 이제 진짜 안녕,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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