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비가 되어 찾아오겠다'는 인하대생 남친의 마지막 편지를 읽은 전 여자친구의 답장
'비가 되어 찾아오겠다'는 인하대생 남친의 마지막 편지를 읽은 전 여자친구의 답장
입력 2019.06.21 17:24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김종욱 찾기'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그래서 엔딩이 뭐였어요?"


"안녕? 안녕... 안녕" - 영화 '김종욱 찾기' 中


영화 '김종욱 찾기'의 이 장면은 '안녕'의 많은 감정을 나타냈다. 반가움과 슬픔, 그리고 후련함이 서로 다른 안녕에 담겼다. 


여자는 "너는 우리 그때 봤던 영화 '김종욱 찾기'를 기억할까. 네가 이제는 안녕의 세 가지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한 것 같더라"라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나를 향한 너의 안녕이 세 번째 의미를 갖는다는 것쯤은 글을 읽자마자 단번에 알 수 있었다"라며 글을 써 내려갔다. 


"다음 생에 태어나면, 부디 나를 만나지 말아주라"라는 남자친구의 글에 대한 답장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김종욱 찾기'


지난 15일 페이스북 페이지 '인하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에 희귀병에 걸린 한 남성의 이야기가 많은 사람의 눈물을 타고 이곳저곳으로 퍼져나갔다. 


A씨에게도 이 소식은 들려왔다. A씨와 그 사이 몇 안 되는 지인들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알려준 것이었다.


"세어보진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 울었다. 내 이름, 네 이름, 우리가 만난 곳, 우리의 이야기가 세세히 적혀있지 않았지만 너와 나의 이야기라는 걸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선명한 너의 말투, 너의 언어, 너의 문장에 잘 쌓아왔던 모든 게 무너져버렸다"


직감처럼 자신의 이야기란 걸 알아챈 A씨는 지난 16일 아파하고 있는 남자친구가 택했던 것처럼  '인하대학교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에 답장을 남겼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오직 그대만'


사실 A씨는 이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남자친구가 치료하기 힘든 희귀병에 걸렸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하지만 쉽사리 그에게 달려가지 못했다. 


A씨는 알고 있었다. 남자친구가 내린 어려운 결정이 자신이 달려감으로 인해 깨질 수 있다는 것을. 


'나 자신보다 너를 더 사랑했다'는 A씨는 그렇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오랜시간을 힘겹게 버텨오고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오직 그대만'


남자친구와 이별한 후 A씨에게는 다른 남자가 다가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에게 다가온 사람의 마음을 정중히 거절했다고 밝혔다. 


A씨는 "나는 아직도 너와의 기억을 먹고 산다. 안타깝지만 내 곁에 새로운 사람은 없다. 너 때문에, 그리고 나 때문에"라며 아직 혼자인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네 말대로 다음 생에는 만나지 말자. 다음 생은 네 말대로 하자. 대신 이번 생은 내 마음대로 할 거다. 나는 마음먹었고 작정했다"라며 그에게 달려가길 희망했다. 


지금 A씨에게는 남자친구가 너무나도 간절해 보였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오직 그대만'


"이번에는 도망가지 마라. 혼자서 무서워하지도 마라.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들로 널 놓치고 싶지 않다"


이제는 신이 밉다는 남자친구에게 A씨는 "우리 딱 죽기 전까지만, 그때까지만 사랑하자. 우리에게 내일이 허락될지, 허락되지 않을지 모르는 일이니까"라며 한 가지 부탁을 남겼다.


"가는 건 내가 할 테니 넌 그냥 옆에 선 나를 꼭 안아줘라. 그거면 된다"


그리고 그 긴말을 단 네 글자 '보고 싶다'는 말로 줄였다. 


아래는 A씨의 글 전문이다. 


#답장

너는 우리 그때 봤던 영화 김종욱 찾기를 기억할까. 마지막 임수정이 안녕에는 세 가지 안녕이 있다고 그랬는데, 그래서 내가 너무 슬프고 후련하다고 난리 쳤는데, 그때의 너는 이해가 하나도 안 된다고 그랬었다.

그랬던 네가 이제는 안녕의 세 가지 의미를 완벽하게 이해한 거 같더라. 나를 향한 너의 안녕이, 안녕의 세 번째 의미를 갖는다는 것쯤은 글을 읽자마자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어제 너와 내 사이에 몇 안 되는 지인들에게서 연락왔었다. 페이스북을 잘 하지 않는 나는 캡처된 너의 글을 읽었고 세보진 않았지만 꽤 오랜 시간 울었다.

내 이름, 네 이름, 우리가 만난 곳, 우리의 이야기가 세세히 적혀있지 않았지만 너와 나의 이야기라는 것을 단숨에 알 수 있었다. 너무나도 선명한 너의 말투, 너의 언어, 너의 문장에 잘 쌓아왔던 모든 게 무너져버렸다.

굳은살을 만드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 살을 파내어 다시 상처를 내는 데에는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네 글에 수정할 부분이 세 개나 있어서이다.

첫 번째, 나는 너와 내가 헤어졌어야 하는 이유를 알고 있다. 헤어지고 시간 좀 흘러 알게 되었다. 사실 네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당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나는 너를 너무 잘 알아서, 네가 한 결정의 칼이 너를 향해 있다는 걸 너무 잘 알아서, 그 칼날을 너에게서 빼내 나를 향해 찌르고 싶었지만 그럼 넌 당장이라고 죽을 듯이 아파할 걸 알아서,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너를 사랑해서. 나 자신보다 너를 더 사랑해서.

두 번째, 나는 아직도 너와의 기억을 먹고 산다. 안타깝지만 내 곁에 새로운 사람은 없다. 얼마 전 네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이 마음을 표했지만 나는 정중히 거절했다. 너 때문에 그리고 나 때문에.

세 번째, 그래 네 말대로 다음 생에는 만나지 말자. 다음 생은 네 말대로 하자. 대신 이번 생은 내 마음대로 할 거다. 나는 마음 먹었고 작정했다.

내일 네가 있는 병원으로 갈 예정이다. 병원과 호실을 말해주지 않으려는 네 측근에게 전화해서 우는 와중에도 또렷이 말했다.

너는 내가 필요하고 나도 네가 간절하다고, 그래서 우린 이번 생에 꼭 만나야 한다고.

이번에는 도망가지 마라. 혼자서 무서워하지도 마라. 일어날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를 일들로 널 놓치고 싶지 않다.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너도 죽고 나도 죽고 그렇게 우리가 사는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러니까 우리 딱 죽기 전까지만, 그때까지만 사랑하자. 우리에게 내일이 허락될지 허락되지 않을지 모르는 일이니까, 너 그냥 나랑 오늘을 살자.

가는 건 내가 할 테니 넌 그냥 앞에 선 나를 꼭 안아주라. 그거면 된다.

이렇게 많은 언어들 사이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보고 싶다,

이 네 글자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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