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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란히 '희귀병' 걸려 시력 잃고 함께 극단적 선택한 형제

지난 17일 전북 남원에서는 희귀병에 걸려 20년 넘게 고생해온 형제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전북경찰청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나란히 희귀병을 앓던 형제가 신병을 비관하다 안타까운 선택을 했다.


동생은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지만 불구의 몸이 됐고, 형은 끝내 숨지고 말았다.


21일 남원경찰서는 지난 17일 오후 7시 42분께 전북 남원시 조산동의 한 아파트 13층에서 수십년간 희귀병으로 고생해온 A(47) 씨가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A씨는 투신 전 20여분 간 난간에 매달려 있었다. 그동안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 당국은 에어 매트를 설치하는 등 A씨의 투신에 대비했다.


인사이트사진 제공 = 전북소방본부


A씨는 다행히 에어 매트에 떨어져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목뼈 2개가 부러져 전신이 마비됐다.


재활 훈련을 하면 상반신은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겠지만, 하반신은 영구 마비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A씨의 형 역시 자택에서 이불을 덮고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형은 A씨가 투신 소동을 벌이기 3~4시간 전 사망했다. 경찰은 방에서 비어있는 약봉지가 상당수 발견돼 형이 약을 먹고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형제는 다이어리에 각각 유서를 작성하기도 했다. 경찰은 "글씨체가 서로 달라 형은 형대로, 동생은 동생대로 유서를 쓴 것 같다"고 전했다.


유서에는 "이런 선택이 최선인 것 같다"는 내용과 함께 "가족을 사랑한다. 용서해 달라"고 쓰여있었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후 숨진 두 사람 모두 '베체트병'을 앓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베체트병이란 입안과 성기 등에 궤양이 발생하고 점차 시력을 잃는 만성 염증성 질환으로, 사고 당시 형제는 이미 시력이 나빠져 1급 시각장애를 갖고 있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없는 자료사진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또한 형제는 같은 처지에 놓인 서로를 의지하며 주로 동생이 형을 보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가 형의 부탁을 받아 형을 살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A씨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정확하지는 않으나 의사소통은 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약을 먹지 않았다. 아파트에서 떨어진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경찰은 20일 형의 사인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하고 가족들을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실시했다.


다른 형제들은 경찰 조사에서 A씨의 형은 지난해 한 차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또한 "A씨가 고통스러워 하는 형을 보고 자신의 미래 모습이라 여겼다"며 이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 같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남원경찰서 관계자는 "부검 결과가 나와 봐야 정확한 사망 경위를 알 수 있다"며 "동생이 회복하는 대로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