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 10℃ 서울
  • 10 10℃ 인천
  • 10 10℃ 춘천
  • 10 10℃ 강릉
  • 10 10℃ 수원
  • 8 8℃ 청주
  • 8 8℃ 대전
  • 9 9℃ 전주
  • 9 9℃ 광주
  • 8 8℃ 대구
  • 12 12℃ 부산
  • 14 14℃ 제주

10대 때 '성폭행' 당한 이후 어른 돼서도 혼자 잠 못 잔다는 서울대 여학생의 고백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학창시절 성폭행 피해 경험이 있다고 밝힌 한 학생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 혼자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들개들'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저는 학창시절 성폭행 피해를 겪고 난 후로 잠을 혼자 못 잡니다"


지난 16일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는 익명으로 도움을 받고 싶다며 과거 성폭행당한 사실을 고백한 한 학생 A씨의 이야기가 소개됐다. 


A씨는 10대 때 성폭행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 그 후 혼자서 잠을 자는 게 어려워졌다. 


대학교 오기 전까지는 항상 엄마 옆에서 잠을 청했다. 딸이 혼자서 잘 못 잔다는 걸 알고 있는 엄마는 A씨가 대학교에 간 후 "요즘 잠은 잘 자니?"라며 안부를 묻는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영화 '소원'


그때마다 A씨는 "엄마는 내가 아기인 줄 알아? 당연히 잘 자지"라고 말하지만 아직도 혼자서 잠을 청하기가 쉽지 않다. 


기숙사 생활할 때는 룸메이트가 옆에 있었고 자취를 하고 난 뒤에도 남자친구가 항상 옆자리에서 잠을 재워줬다. 하지만 이제는 남자친구와도 이별했다. A씨 혼자 어려운 잠을 청해야 한다. 


A씨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한 일들이 있는 날에는 더욱 잠들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그런 날에는 악몽을 꾸고 숨이 가빠지면서 잠에서 깬다. A씨는 "이런 날이 며칠씩 이어지면 잠드는 거 자체가 너무 두려워진다"라고 밝혔다. 


이어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려면 어디를 가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네요. 도와주세요"라며 누리꾼들의 조언을 구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실제로 A씨처럼 성범죄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한림대학교 자살과 학생정신건강연구소 이미정 연구교수에 따르면 성범죄 피해자의 대략 10~25%가 PTSD를 겪는다.


이 교수는 강간 피해자 여성 중 65%는 피해 발생 1개월 후에 PTSD를 경험했던 것으로 나타났고, 강간 피해자의 PTSD 발병 확률이 일반 여성보다 약 6배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범죄 피해자들의 PTSD를 '강간 트라우마 신드롬(RTS)'이라고 정의했는데, RTS의 경우 악몽을 꾸거나 정신적 마비 증세, 수면 장애, 집중력 결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A씨가 호소한 증상과 유사하다. 즉 A씨의 수면 장애는 단순한 불면증이 아닌 치료가 필요한 정신적 장애인 것이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지난해 7월 경찰청에서 발표한 '2017 범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범죄 건수는 줄고 있지만, 성범죄 건수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 2만 1,055건이던 성범죄 발생 건수는 2017년 2만 4,110건으로 늘었다. 유형별로는 강제추행 1만 7천947건(74.4%), 강간(21.7%), 유사강간(2.6%), 기타(1.3%) 등이었다.


미처 신고하지 못한 성범죄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A씨 역시 성폭행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기 때문에 그가 잠 못 드는 이유를 엄마는 아직까지도 알지 못한다. 


A씨처럼 과거 피해 사실을 숨기고 혼자서 고통스러워하는 여성은 또 있을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용기 있는 고백은 어쩌면 또 다른 피해자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가져올지도 모른다. 그래서였을까. 이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A씨에게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