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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날파리+쓰레기 폭탄' 속에서 음식 먹는 '밤도깨비 야시장'의 현실

밤도깨비 야시장을 찾은 많은 사람들이 미세먼지와 벌레 없는 곳에서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인사이트] 김한솔 기자 = 아름다운 야경을 보며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고 소문이 자자한 밤도깨비 야시장. 


그래서인지 커플은 물론 친구들끼리도 낭만적인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밤도깨비 야시장으로 모인다.


'낭만'을 찾으러 밤도깨비 야시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정말로 원하는 것을 가져갈 수 있을까.


지난 3일 인사이트 기자가 직접 반포에서 열리는 밤도깨비 야시장을 찾아가 봤다.


인사이트


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달빛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한밤의 예술시장. 맛있는 먹거리는 물론 다양한 이벤트와 낭만적인 공연,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프리마켓,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핸드메이드 상품까지, 한강에서 예술과 낭만을 느껴보세요.


위와 같은 슬로건을 내건 반포 밤도깨비 야시장은 한눈에 보기에 낭만 그 자체였다. 무지갯빛 분수를 배경으로 노란색 텐트와 37개의 푸드트럭이 반기고 있었고 한쪽에서는 버스킹 공연이 한창이었다. "와 예쁘다"라는 탄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기자는 감미로운 음악을 들으며 어떤 음식이 있나 스캔을 시작했다. 그 순간 핸드폰의 미세먼지 알림 어플에서 '미세먼지 수준 상당히 나쁨. 탁한 공기, 마스크 챙기세요'라는 경고음이 울렸다. 


또한 음식이 즐비한 푸드트럭 뒤쪽으로는 버스와 같은 대형차부터 중·소형차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차가 내달렸다. 약 1.2m 폭의 2차선짜리 자전거도로만을 사이에 두고 있을 뿐이었다. 매연은 사람들과 음식을 향해 계속해서 넘어왔다. 숨이 턱턱 막혔다.


음식을 먹기 위해 줄을 서는 동안은 고통 그 자체였다. 자동차 매연, 요리하는 동안 발생하는 연기, 미세먼지, 세 가지가 더해져 목과 눈이 심하게 따가웠다.


인사이트미세먼지 '상당히 나쁨'


인사이트푸드트럭과 자전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내달리는 버스 / 사진 = 인사이트


오후 8시 기준 약 6천명의 인파가 몰린 탓에 1시간 30분 이상 줄을 서서 겨우 불초밥과 스테이크를 하나씩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음식을 먹을 만한 마땅한 공간이 눈에 띄지 않았다. 기자는 미세먼지와 매연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없을까 싶어 이곳저곳 돌아다녀 봤다. 야외 행사였기에 당연히 실내에서는 먹을 수 없었고, 그나마 주최 측이 준비한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강가 쪽으로 내려가 어두운 곳에서 쪼그려 앉은 채 음식을 먹고 있었다. 기자는 '이렇게 좋은 자리를 두고 왜 저기서 먹지?'라는 의문과 함께 테이블로 향했다. 


역시나 앉을 자리는 턱없이 부족했다. 심지어 테이블도 더러운 상태였다.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던 중 한 가족이 급하게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놓칠 수 없는 빈자리였다. 기자는 음식을 들고 곧장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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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미세먼지 '매우 나쁨' 수준에서 구입한 불초밥과 스테이크 / 사진 = 인사이트


하지만 차마 앉을 수 없었다. 바로 '벌레' 때문이다. 밝은 조명으로 인해 날벌레 수천 마리가 모여 떼를 이루고 있었다.


심지어 옆자리 한 여성은 음식을 먹다 말고 "벌레를 먹는 건지 음식을 먹는 건지 모르겠다. 도저히 못 있겠다"며 도망가듯 테이블을 빠져나갔다.


기자는 그제서야 앞서 그 가족이 어렵게 잡은 자리를 왜 그렇게 급하게 떠났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강바람을 맞으며 쪼그려 앉아 음식을 먹고 있었는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기자도 결국 어두운 곳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하지만 군데군데 나뒹굴고 있는 쓰레기 때문에 쉽게 엉덩이를 붙일 수 없었다.


집에 돌아온 기자는 낭만보다는 미세먼지와 매연으로 시커메진 콧속, 그리고 벌레·먼지로 인한 감기 기운만 가지고 온 기분이었다. 


인사이트몰려드는 날벌레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는 사람들


불빛에 달려드는 날벌레 / 사진 = 인사이트


이 외에 푸드트럭 개수에 비해 몇 가지 되지 않는 음식 종류도 아쉬움을 남겼다. 스테이크, 새우 요리가 대부분이었으며 그나마 다른 음식들 역시 특색 있어 보이진 않았다.


약 6천명의 인원을 감당하는 안내요원의 수도 턱없이 부족해 보였다. 양쪽 입구에 각각 한 명씩, 쓰레기 분리수거를 맡은 인원 각각 세 명씩, 그리고 중간중간 질서를 유지하는 인원 2명 정도밖에 눈에 띄지 않았다.


화장실 이용 역시 불편을 초래했다. 횡단보도를 건너 주차장 왼편에 화장실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찾지 못했다. 


이 인원들은 결국 근처 세빛 둥둥섬 화장실로 몰렸다. 여자 화장실은 길게 줄이 서 있어서 많은 사람을 감당해내지 못하는 모양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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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여자 화장실 앞에 길게 늘어선 줄 / 사진 = 인사이트


물론 밤도깨비 야시장 특성상 늦은 저녁과 야외에서 진행되는 만큼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조금 더 디테일하게 신경을 썼다면 많은 사람들이 보다 쾌적한 곳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예를 들면 밝은 조도의 조명을 외곽에 두르고, 음식을 먹는 곳에는 그보다 어두운 조명을 건다든지, 전기 날벌레 트랩을 설치하든지 말이다. 


또 잠시나마 미세먼지를 피할 수 있도록 임시 천막이라도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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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트사진 = 인사이트


물론 공간마다 각각 다른 콘셉트를 가지고 있는 만큼 반포 밤도깨비 야시장 한 곳으로 모든 걸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토로하는 부분은 공통적이다. 미세먼지와 벌레 없는 곳에서 편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 


매년 평균 500만명의 사람들이 밤도깨비 야시장에 모인다고 하니 위 불편 사항 해소는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