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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솥 사러 이마트 갔더니 '면세점용' 제품을 팔고 있었습니다"

새 밥솥을 사기 위해 이마트 구로점에 갔던 A씨가 하마터면 중국어 버전으로 된 '면세점용' 제품을 살 뻔해 혼란을 느꼈다.

인사이트이마트 구로점에 진열된 쿠쿠 밥솥 박스에 '면세점용'이라고 표기돼 있다. / 사진 제공 = A씨


소비자 A씨, 이마트 구로점에서 '면세점용' 쿠쿠 밥솥 발견해 


[인사이트] 이하린 기자 = 구로구에 거주 중인 A씨는 지난달 중순경 새로 살 밥솥을 둘러보기 위해 가까운 이마트 구로점으로 향했다. 


한참을 구경하던 중 마음에 드는 밥솥을 발견했다. 쿠쿠전자의 '쿠쿠 IH압력밥솥 CRP-CHR1085F 10인용' 모델이었다.


구매를 위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던 A씨는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제품 박스에 '면세점용'이라고 표기돼 있었던 것. 


인사이트사진 제공 = A씨

 

안내 직원, "박스만 그럴 뿐, 같은 제품이다"


분명 이곳은 면세점이 아닌 '이마트'인데 왜 면세점용 제품을 파는지 혼란스러웠다. 


이것이 일반 제품보다 더 저렴한 건지, 진열된 모델과 같은지 다른지, 실제로 당장 구매가 가능한지 등 순간적으로 갖가지 의문점이 꼬리를 물었다. 


A씨는 곁에 있는 안내 직원에게 묻기로 했다. 직원은 "박스만 그런 거지 똑같은 거예요"라고 답했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이마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중국 관광객 위한 '중국어 버전' 밥솥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달랐다. 자세히 살펴보니 해당 제품은 한국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 아니었다. 


중국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중국어 버전' 밥솥이었으며, 박스에 표기된 것과 같이 면세점 납품용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만약 직원의 말을 듣고 A씨가 해당 제품을 구매했다면 중국어를 하지 못하는 그는 아예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고 환불 혹은 교환 처리를 할 뻔했다. 


유통업계에 오래 몸담은 한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일반 대형마트에서 면세점용 제품을 판다는 경우는 처음 들어봤다"며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일은 아니"라고 의아해했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쿠쿠 밥솥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이마트, "구로점 인근에 중국인 많아 중국어 버전 제품 팔았을 뿐" 


그렇다면 이마트는 왜 쿠쿠전자가 면세점용으로 내놓은 제품을 팔고 있었던 걸까. 


이마트 관계자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해당 제품은 면세점 납품용으로 만들어진 모델이 맞다"며 "중국인 사이에서 쿠쿠전자 밥솥이 워낙 유명하고 수요가 높아 중국어 버전으로 만든 것이며, 면세점용 제품이라도 유통처가 원할 경우에는 협의에 따라 공급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마트 구로점 인근에 중국인이 꽤 많이 밀집돼 있다 보니 그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들여놓은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쿠쿠전자 측도 비슷한 설명을 내놨다. 쿠쿠전자 관계자는 여기에 덧붙여 "빨간색으로 된 '면세점용' 표시는 쿠쿠전자 내부에서 내수용과 면세점용을 구분하기 위해 해놓은 표시"라고 밝혔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쿠쿠 밥솥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소비자 혼란 일으킨 이마트…공급자 중심의 경영 아쉬워


하지만 A씨는 이 같은 사정을 전혀 몰라 혼란을 느꼈다. 나아가 하마터면 중국어 버전으로 된 밥솥을 집으로 들여올 뻔했다. 


비단 A씨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슷한 시기 이마트 구로점을 다녀간 수많은 한국 소비자가 혼란을 느꼈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쿠쿠전자 측이 내부 구분용으로 적어둔 빨간색 '면세점용' 표시 때문에 소비자가 혼란을 겪게 만든 이마트. 


대형 유통사인만큼 "이 제품은 중국어만 지원합니다. 한국어는 지원되지 않습니다" 정도의 안내 문구 하나만 있었더라도 국내 소비자가 헷갈려 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이마트가 소비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경영을 펼쳤다는 점이 못내 아쉬운 이유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이마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