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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두 마리가 중학생이 건넨 '농약 샌드위치'를 먹고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여중생이 건넨 '농약 샌드위치'를 먹고 리트리버 두 마리가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는 견주의 사연이 알려졌다.

인사이트호야, 막내 무덤 / Instagram 'csm19939'


[인사이트] 김다솜 기자 = 주인에게 이미 한 번 버림받은 아이들이라 더 사랑해주고 아껴주려 노력했다. 그 노력을 아는지 아이들도 주인을 잘 따랐다. 웃음이 많고, 항상 밝던 아이들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사랑했던 반려견들이 한순간에 곁을 떠난다면, 누군가의 '악행'에 의해 고통스럽게 숨졌다면, 당신은 버틸 수 있겠는가.


24일 인사이트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두 마리가 여중생이 건넨 '농약 샌드위치'를 먹고 숨졌다는 사연을 취재했다.


A씨가 알려온 이야기는 이렇다. 지난 2017년 9월 A씨는 유기견이었던 리트리버 '호야'를 입양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대문 앞에 유기하고 떠난 8개월짜리 리트리버 '막내'까지 키우게 됐다. 


인사이트Instagram 'csm19939'


A씨는 강아지 4마리를 키우느라 벅찰 법도 했지만 아이들이 환히 짓는 웃음 하나를 바라보며 정성껏 보살폈다.


그런데 지난 1월 25일 마냥 밝은 웃음을 짓던 '호야'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고 토를 하더니, 한순간에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차가운 주검이 된 호야를 묻고 돌아오던 길, A씨는 또다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막내 역시 소리를 지르며 끙끙대더니 설사를 하고, 발버둥을 쳤기 때문이다. 눈이 뒤집힌 상태로 온몸을 파르르 떨기도 했다. 그렇게 막내까지 세상을 떠났다.


인사이트수의사에게 전송하려고 찍은 영상 속 막내 / Instagram 'csm19939'


A씨는 하루 만에 자식 같은 반려견 두 마리를 잃게 됐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 먹인 음식이라던가 위험한 곳 근처에 데려간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런데 그때 A씨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바로 막내가 죽은 호야의 토사물을 핥던 행동이었다. '갑작스러운 죽음'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호야를 떠나보내던 날 계속해서 자신을 '몰래' 쳐다보던 동네 여중생이 마음에 걸렸다.


아동복지사였던 A씨는 동네에 혼자 떠돌던 이 여중생을 계속해서 돌봐왔다. 같이 놀기도 했고, 호야·막내와 함께 산책을 시키기도 했으며 편하게 대화를 나누던 사이였다.


A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여중생에게 "강아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아느냐"고 물었다.


여중생은 고개를 끄덕였다고 한다. 하지만 왜 죽었는지 아느냐고 묻는 질문에는 대답을 거절하고 자리를 피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인사이트Instagram 'csm19939'


두 마리를 모두 떠나보내던 날, 옆집 남학생도 계속해서 담벼락 위로 힐끔힐끔 A씨 가족의 행동을 쳐다봤다고 한다. 좋지 않은 느낌을 받은 A씨는 옆집 남학생에게 다가가 사실을 물었다.


"혹시 우리 아이들 죽은 거 아니?" 남학생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죽인 건지 알아?" 침묵으로 대답을 피했지만, A씨는 남학생이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A씨는 남학생에게 차분하지만 명확하게 다시 한 번 물었다. 그러자 남학생은 동네 여중생이 샌드위치에 농약을 발라 호야에게 먹였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남학생은 이 행동을 옆에서 지켜봤다고 한다.


A씨는 큰 충격을 받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래서 여중생 집에 직접 찾아가 '진실'을 묻기로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A씨가 해당 이야기에 대해 묻자 여중생은 "샌드위치 안에 농약을 타서 줬다"고 말했다. 해당 진술은 녹취록에도 선명하게 나와있다고 한다.


A씨에 따르면 그가 거주하고 있는 작은 시골 동네에서 농약을 사용해 농사를 짓는 집은 그곳밖에 없다.


그런데 며칠 뒤 여중생은 사실을 번복했다. 여중생은 "샌드위치는 학교에서 받았고, 엄마에게 주려고 가져왔다"며 "샌드위치는 엄마가 먹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중생은 자신의 부모님에게 "(A씨가) 자꾸 따라다니면서 물어보길래 너무 무서워서 그렇게 말한 것"이라며 "A씨와 A씨 동생이 (나를) 때리려고 하고 협박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A씨는 처음 호야가 죽은 날과 그 뒤 여중생을 찾아가서 물어본 것, 딱 두 번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이트Instagram 'csm19939'


그러면서 "고통스러워하는 막내의 영상을 본 수의사가 '농약'을 먹은 것 같다고 추측한 점, 녹취록에서 농약을 넣은 사실을 인정한 점, 여중생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들이 초복·중복·말복과 가까워오면 없어진다는 점" 등을 들며 여중생이 강아지들을 죽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중생이 '개를 먹는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보면 동물을 죽이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 아예 존재하지 않아 보인다고 A씨는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인사이트와의 통화에서 "여학생이 아무렇지도 않고,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여기는 게 더 걱정이다"며 "정말 사랑했던 아이들을 죽여놓고도 잘못한 게 없다고 말한 게 가장 화가 난다"고 심정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전 동부 경찰서 형사 1팀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접수됐다. 아직 혐의가 밝혀진 것도 아니고, 수사를 진행해야 하는 사안이라 전해줄 수 있는 말이 없다"고 알렸다.


호야와 막내는 내일(25일) 오전 9시께 부검을 받는다. A씨는 애써 눈물로 묻었던 아이들을 직접 손으로 다시 꺼내야 한다.


해당 사연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은 "범인이 꼭 잡혀서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