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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서 패망한 줄도 모르고 땅굴 속에서 '28년' 동안 숨어 지낸 일본 군인

한 일본군이 적에게 목숨을 빼앗길까 두려워 28년 동안 땅굴 속에 숨어 살다 발각돼 세상에 존재를 드러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인사이트] 변보경 기자 = 1972년 1월 24일 괌 땅굴에서 지내던 거지꼴의 한 남성이 새우를 훔쳐 먹다 마을 주민에게 발각됐다.


현지 경찰이 이 남성의 신원을 확인해 본 결과 그는 1944년 괌에 배치됐던 옛 일본군이었다.


28년 동안 이 남성은 어찌하여 말을 하는 방법마저 잃은 채 땅굴 속에서 지내고 있었던 것일까.


최근 온라인 미디어 넥스트샤크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소식을 듣지 못하고 28년간 땅굴 속에서 지낸 일본인 요코이 쇼이치(Shoichi Yokoi)의 사연을 전했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1915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태어난 요코이는 제2차 대전 발발로 1944년 괌에 일본군 병장으로 배치됐다.


같은 해 미군이 괌을 점령하면서 일본군 2만 명이 전사했다. 당시 살아남은 대부분의 일본군은 보급이 끊기면서 굶어 죽거나 항복했다. 


하지만 요코이와 동료 2명은 항복을 하는 대신 산속으로 도망쳐 땅굴을 파 숨어 살았다. 이들은 낮에는 땅굴에 숨어있다가 밤이 되면 작은 물고기를 잡거나 열매를 따다 배를 채우곤 했다.


군복이 낡아 찢어지자 요코이는 나무껍질의 섬유질로 직접 옷을 만들어 입기도 했다. 열악한 환경 속에 같이 숨어 살던 동료 두 명은 8년 만에 목숨을 잃었다.


인사이트요코이가 살던 동굴의 모습 / GettyImagesKorea


요코이는 끈질긴 생존능력으로 28년을 땅굴에서 생존했다. '살아서 포로가 되는 치욕을 당하지 말라'는 일분군의 전진훈(戰陣訓)을 지키기 위함이었던 것.


사실 요코이 쇼이치는 일본이 전쟁에서 패해 항복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1952년 종전했다는 미군의 전단을 발견했지만, 항복은 치욕이라며 계속 동굴 생활을 하기로 선택했다.


그러던 1972년, 섬에 살던 주민들이 요코이의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그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당시 요코이는 오랜 시간 사람과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말하는 법을 잊은 지 오래였고, 동굴에서 숨어 살았던 탓에 똑바로 서서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인사이트GettyImagesKorea


그는 3개월 동안 치료를 받은 후에야 언어능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일본으로 귀환한 요코이는 첫 인터뷰에서 "부끄럽게도 살아 돌아왔습니다"라고 말했다.


여전히 자신을 군인이라 여긴 요코이는 살아서 나라로 돌아오는 것을 치욕이라 생각한다며 눈물까지 보였다. 일부 현지 언론에서는 요코이의 탈영 의혹을 제기했으나 시민들은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그를 영웅이라 칭하며 환대했다.


이후 요코이는 일본 정부에서 지급한 보상금으로 평범한 생활을 시작하며, 결혼하며 가정을 꾸리다가 1997년 83세 나이에 심장병으로 삶을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