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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관계 몰카' 정준영에게 '2차 피해' 당하고 있는 여자 연예인들

정준영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 논란에 여자 연예인들이 2차 피해를 당하고 있다.

인사이트KBS


[인사이트] 김소영 기자 = 잘못은 정준영이 했는데, 애꿎은 2차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12일 가수 정준영이 성관계 몰카를 촬영해 유포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기 위해 tvN '현지에서 먹힐까3' 녹화 도중 긴급 귀국했다. 오는 14일 경찰 조사를 앞둔 그는 논란 이후 서면 사과 이외의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쥐 죽은 듯 몸을 숨기고 있는 정준영. 그와 친하게 지내거나 인연이 있는 여자 연예인 여럿이 SNS 상에서 이름이 거론되며 피해를 입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정준영 몰카 사건이 터지자마자 실시간 검색에서 올라온 건 다름 아닌 여자 연예인들 이름이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정준영이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했다고? 그래서 그 여자 연예인이 누군데. 동영상은 어딨어?"


여배우부터 인기 걸그룹 멤버까지, 그와 인연이 닿은 여자 연예인의 명단은 악성 소문과 함께 SNS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퍼졌다. 항간에서는 "이들의 몰카 영상이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날조 내용까지 기정사실인 양 오간다.


심지어 논란 이후 "해당 여자 연예인의 '동영상'을 구할 수 있냐"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을 뒤덮었다. 일부에서는 '정준영 동영상 속 여자 연예인 OOO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낚시질까지 한다. 명백한 2차 가해인 셈이다.


단지 그와 친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준영이 촬영한 동영상 속 주인공이라는 추문에 휩싸인 여자 연예인들은 수치심을 참다못해 강경대응할 것을 예고했다.


인사이트정준영 사건이 터진 지난 12일 실시간 검색어. 여자 연예인 이름이 상단에 올랐다. / 온라인 커뮤니티


하지만 고소해 악성 소문을 퍼뜨린 이들을 처벌받게 한들, 한번 실추된 연예인으로서의 이미지는 소생되기 어렵다.


잘못은 정준영이 했는데, 심각한 2차 피해는 일부 여자 연예인이 받고 있는 형국이다. 그 중심에서 칼을 휘두르는 건 다름 아닌 '지성인'을 자처하는 일부 누리꾼이다.


가해자 노릇을 자처한 이들은 '낄낄'대며 영상 피해자들이 누구인지 색출하는데 혈안이 돼 있다. 여자 연예인이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게끔 자세히 묘사됐던 한 기사는 엄청난 관심 속에 포털 상단에 랭크되기도 했다.


이보다 더 소름 끼치는 현실은, 이처럼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2차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 보호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인사이트13일 기준 정준영 동영상 연관 검색어. 다수의 여자 연예인 이름이 검색됐다. / 네이버


여자 연예인이 성관계 동영상이 있다는 추문에 휩싸여 인터넷에서 '조리돌림'을 당해 고소를 해도 약식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양형위원회가 설정한 최대 3년 9개월까지 징역형을 줄 수 있다는 기준도 '참고사항'에 불과해 사실상 무색하다.


사이버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수준이 낮다 보니 사회적 경각심도 크지 않다. 고소해봤자 가해자는 솜방망이 처벌로 그친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관계자는 인사이트에 정준영 사건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여자 연예인들의 트라우마가 상당할 것이라 전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관계자는 "온라인 공간의 특성상 계속 피해가 있다. 특히 피해자가 말하는 순간 유출 위험도 있어 쉽게 피해를 말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현행법상 몰카를 시청하고 다운로드하는 것에 대한 처벌 조항 자체가 없으니 (더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영상 유포 죄로 우회해 처벌할 수는 있지만, 실제 영상의 존재를 묻거나 보고 싶어 하는 행동이 '가해 행위'로 처벌받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성관계 동영상을 찾고 상상하는 글이 넘쳐나는데도 여자 연예인들은 이를 명예훼손 이외의 방법으로는 고소할 수 없다. 성희롱 수준의 글을 보고 트라우마가 생겨도 혼자 견뎌야 한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것이다.


인사이트13일 기준 정준영 연관 검색어. 동영상과 걸그룹, 여자 연예인 이름이 검색됐다. / 네이버


관계자는 "주목해야 할 것은 피해자가 누구냐가 (아니다)"라며 "피해자를 지지하고 가해자를 규탄하는 사회 분위기가 만들어져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준영 성관계 동영상 때문에 '섹스 비디오'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문에 휩싸여야 했던 여자 연예인들은 지금도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다. 그들의 영상을 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호기심이 '가해 행위'임을 인지해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2차 가해 역시 피해자의 영혼을 죽이는 '성폭력'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