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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 때문에 민원 폭주해 업무 너무 힘들다는 지하철 역무원의 하소연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임산부 배려석' 때문에 힘들다"는 지하철 역무원의 하소연이 올라왔다.

인사이트 / 사진=박찬하 기자 chanha@사진=박찬하 기자 chanha@


[인사이트] 디지털뉴스팀 = 지난 2013년, '임산부 배려석'은 지하철의 노약자석과 같이 임산부의 편의를 위해 '비워두자'는 의미로 도입됐다.


취지는 좋았지만, 임산부 배려석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임산부 배려석 관련 민원 건수는 무려 27,589건에 달했다. 계산해보면 하루 평균 75건이 넘는다. 오히려 지하철 역무원들의 업무를 늘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가운데 SNS를 비롯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한 지하철 역무원이 올린 하소연이 공유되고 있다.


인사이트온라인 커뮤니티


지난 10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지하철 역무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의 SNS 게시물 캡처 사진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요즘 일하는데 너무 힘들다"며 "임산부 배려 좌석에 남자만 앉았다 하면 민원을 넣는 이상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원 때문에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면 다른 자리들 모두 텅텅 비어있는데 남자가 그 자리에 앉았다 하면 폭탄 문자가 온다"고 털어놨다.


이상한 점은 CCTV로 볼 때 여성이 그 자리에 앉았을 때는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무리 보아도 임산부라고 보기 힘든 여성이 앉아 있어도 민원이 날아오지 않았다. 


그는 "듣자 하니 이상한 여성 사이트 회원들의 단체문자 활동 소행이라고 하더라. 정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gettyimagesBank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 gettyimagesBank


마지막으로 그는 "임산부 배려석은 '의무석'이 아님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글을 끝마쳤다.


게시물에는 "현재 열차 안 임산부 배려석에 남성분이 앉아 있다"는 글이 빼곡히 적혀있다. 아마도 그가 근무 중 받은 민원 문자로 생각된다.


지난해 5월 1일, '톱데일리'는 오전 10시경부터 3시경까지 서울 지하철 1~9호선 열차를 무작위로 타서 임산부 배려석 이용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로 "총 136석의 임산부 배려석 중 남성은 27명, 여성은 84명이 앉아 여성이 남성보다 3배 이상 많이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중 실제 임산부는 단 한명이었다"고 밝혔다.


인사이트뉴스1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지난해 1월부터 8월까지 8개월 동안 출산 경험이 있는 20~40대 임산부 40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임산부 배려석 이용에 불편함을 겪었다는 응답이 88.5%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이유는 '일반인이 착석한 후 비켜주지 않아서'가 절반 이상인 58.6%를 차지했고, '임산부 배려석이 모자라서'가 15.5%였다.


'임산부 배려석을 비워둬야 하나'에 대해서는 '양보만 해주면 된다'가 51.9%, '비워두는 것이 좋다'가 47.1%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인사이트 /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사진=고대현 기자 daehyun@


임산부 배려석을 둘러싼 갈등은 주로 "의무인가, 배려인가"에서 나온다.


"배려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임산부 배려석은 말 그대로 '임산부를 배려하라'는 것이다"라며 "결국은 선택의 문제이지 꼭 그렇게 해야만 하는 의무는 아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반면에 "의무에 가깝다"고 주장하는 누리꾼은 "임산부 배려석에 떡하니 앉아 있으면 임산부가 어떻게 앉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의미에서 시민들의 의식개혁을 위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필요하다"면서 "무조건 일반인이 못 앉게 하기보다 복잡한 시간대에는 다른 불편한 사람도 앉을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