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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외국인들이 한국인에게 고마워하면서도 괴로워 몸부림쳤던 '이것'

100년 전 한국을 찾았던 푸른 눈의 외국인들은 한국의 가옥에서 볼 수 있는 우리의 고유 난방 시스템 '온돌'에 대해 특별한 경험을 했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JTBC '랜선라이프'


[인사이트] 함철민 기자 = 어린 시절, 추운 겨울 시골에 방문하면 아궁이에서 불을 때는 할아버지를 보곤 했다. 


할아버지 옆에 앉아 타닥타닥 타오르는 장작 사이로 고구마와 감자, 군밤이 익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방 안에서는 뜨끈뜨끈 한 아랫목에 가족들이 옹기종기 앉아 귤을 까먹었고, 한쪽 구석에서는 청국장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때로는 온돌방 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쉽게 잠들지 못하기도 했는데, 100년 전 푸른 눈의 외국인들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듯하다. 


인사이트기사와 관련 없는 자료 사진 / 뉴스1


온돌은 수천 년간 이어 내려져 온 우리나라의 고유문화로 100년 전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는 쉽게 볼 수 없는 신기한 풍경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으로 온돌을 바라봤을 것이다.


하지만 온돌을 한 번 경험한 외국인들은 한국인의 마음을 고맙게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싫어했던 것으로 보인다.


1894년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이사벨라 버드 비숍이 쓴 기행문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인사이트(좌) '조선과 그 이웃 나라들' / archive, (우) 이사벨라 버드 비숍 / wikipedia


기행문에 따르면 그녀는 "어느 날 주막에서 잠을 자게 됐는데, 불을 어찌나 때는지 더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라며 "숨을 쉬기 위해 방문을 열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주막 주인은 "그러다 호랑이 들어와요"라며 급하게 문을 닫았고, 결국 비숍은 문풍지에 구멍을 내고 바깥바람에 숨을 쉴 수 있었다고 전한다. 


비숍에 앞서 한국을 찾았던 러시아의 첩보 장교 V. P. 카르네프 또한 '내가 본 조선, 조선인'이란 책을 통해 "조선인들은 손님을 좀 더 융숭히 대접하고자 방바닥을 뜨겁게 달구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 방바닥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것은 거의 고문과도 같았다"라며 "한겨울인데도 땀을 뻘뻘 흘리며 더위 속에서 고생해야 했다"라고 온돌에 적응하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나타냈다. 


인사이트통일 신라 시기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삼척 흥전리사지 온돌 구조 / 뉴스1


한때 외국인들에게 '고문'과도 같은 경험을 선사했던 온돌은 현재 외국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한국 문화의 하나가 됐다.


이미 유럽과 미국에 한국의 온돌이 하나의 난방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방 안 공기를 데우는 서구의 난방 시스템보다 온돌이 더욱 효율적인 방법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00년 전, 푸른 눈의 외국인들에게 따뜻한 호의를 베풀었던 온돌은 이제 K-pop, 한식과 함께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로 다시 한번 외국인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